IMF체제이후 우리나라 경제는 많은 변화를 겪고있다.

그 과정은 지금까지 한번도 겪어보지않은 고난의 연속이다.

기업들의 연쇄도산이 잇따르고 금리와 환율은 천정부지로 치솟아있다.

심각한 "의심증"에 걸린 은행돈은 전혀 탈출구를 찾지못하고있 다.

정부는 정부대로 재원을 마련하느라 갖가지 명목의 채권을 남발하고 갈
곳없는 실직자들은 길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어디를 봐도 과거 호황기시절의 여유있는 모습은 찾아 볼수가 없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한국경제는 이같은 역경을 헤쳐나가야한다.

IMF체제를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다시 선진국 문턱을 두드려야한다.

그 길은 누가 뭐래도 신속한 구조조정과 과감한 고통분담에 있다.

<> 현황 =구조적 부실이 누적돼온 탓이긴 하지만 국내경제는 그야말로
악화일로를 걸었다.

연 20%가 넘는 살인적인 고금리속에 1.4분기중 부도업체수는 1만개를
넘어섰고 대기업들은 잇따라 화의나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대규모 부실이 발생한 14개 종합금융회사가 문을 닫았고 대형시중은행인
제일 서울은행은 정부출자를 통해 제3자 인수의 길을 밟고있다.

고려 동서증권이 부도를 냈고 신세기투자신탁도 문을 닫았다.

그동안 잠재돼왔던 한국경제의 구조적 부실이 폭발적으로 나타나는
순간들이었다.

이에따라 경제성장률은 IMF와 합의할 때마다 하향조정됐고 정부재정지출은
갈수록 늘어갔다.

지난해 12월 예상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수준이었으나 이달초
2.4분기 협의때는 마이너스 1%이하로 곤두박질쳤다.

균형 또는 소폭흑자로 예상됐던 통합재정수지는 GDP대비 1.75%
(7조8천억원)의 적자까지 내다보고있다.

당초 5%수준으로 전망했던 소비자 물가상승률도 한자리수를 유지하는데
급급한 실정이다.

또 기업들의 자금난심화를 위해 통화증가율을 늘려봤지만 금융경색을
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 1.4분기 정례협의때 15.7%로 합의했던 2.4분기말 본원통화증가율은
13.5%로 하향조정됐다.

한국은행에서 돈을 풀어도 기업에는 좀처럼 건너가지않는 것이다.

그러나 IMF체제속에서 큰 위안이라면 경상수지가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내수부진으로 수입증가세가 크게 둔화된 탓이긴 하지만 환율상승에
따른 수출여건도 개선됨에 따라 1.4분기중에만 경상수지흑자가 1백억달러를
넘어섰다.

이에따라 최근에는 2백20억달러의 흑자로 전망치를 수정했다.

여기에다 2백40억달러에 달하는 국내금융기간의 단기외채가 중장기로
전환되고 해외시장에서 40억달러규모의 외국환평형채권이 성공적으로
발행됨에 따라 외환보유고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다.

이달중 IMF의 6차지원금 18억달러를 받으면 가용외환보유고(국내은행
해외점포예치금 제외)는 3백20억달러를 거뜬히 넘어서게된다.

<> 과제 =무엇보다 금융기관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급선무다.

은행등 금융기관이 제자리를 찾지못하면 "자금경색"이 풀리지않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금융기관 구조조정시한으로 잡아놓은 9월말은
늦은 감이 없지않다.

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지고난 뒤에 은행이 정상화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은 정부개혁의 선후를 따지기보다는 하루빨리 내실을 다지는게
우선이다.

내년말까지 부채비율을 2백%이하로 줄여야하고 올해 9월말까지는 모든
재무현황자료를 주거래은행에 제출하게된 마당에 더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외국자본을 끌어들이고 자본의 건전성을 유지하는데 경영역량을
집중시킬 때다.

6월말 발족될 예정인 구조조정기금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 기금은 건전한 경영자산을 갖고도 일시적인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에
수혈돼야한다.

나아가 지속적인 재무구조개선을 통해 장차 한국경제의 근간을 떠받치는
기업군을 키워야할 책무가 있다.

여기에는 물론 엄격한 기업심사와 투명한 기금운용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의 재원마련도 시급하다.

은행 종금사 증권사 투신사 보험사등이 구조조정을 거쳐 문을 닫거나
인수.합병을 시도할 때 상당한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부담을 덜 주면서 가장 효과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을 찾아야한다.

정부는 이밖에 과감한 규제혁파를 통해 국내인이나 외국인을 불문하고
"기업활동하기에 좋은 환경"을 조성해줘야할 의무가 있다.

특히 각종 법령이나 정부조직의 정비를 서둘러 정부가 직접 외자유치에
나서야한다는 지적이 많다.

< 조일훈 기자 / jih@ >

[[ 정부.IMF 거시지표 합의내용 변화추이 ]]

<>경제성장률(GDP기준)
-97년12월초 합의 : 3%
-98년 1.4분기 합의 : 1%(마이너스성장 가능성도 있음)
-2.4분기 합의 : -1%(더 떨어질수도 있음)

<>소비자물가상승률
-97년12월초 합의 : 5%이내
-98년 1.4분기 합의 : 9%대
-2.4분기 합의 : 한자리수

<>금리
-97년12월초 합의 : 콜금리 25~30%유지
-98년 1.4분기 합의 : 외환시장 안정되면 콜금리인하 검토
-2.4분기 합의 : 콜금리 계속 인하

<>경상수지
-97년12월초 합의 : 43억달러 적자
-98년 1.4분기 합의 : 80억달러 흑자
-2.4분기 합의 : 210~230억달러 흑자

<>재정
-97년12월초 합의 : 균형 또는 소폭흑자
-98년 1.4분기 합의 : GDP의 0.8% 적자
-2.4분기 합의 : GDP의 1.75% 적자

<>2.4분기 본원통화증가율
-98년 1.4분기 합의 : 15.7%
-2.4분기 합의 : 13.5%

<>가용외환보유고
-98년 1.4분기 합의 : 391억달러
-2.4분기 합의 : 410억달러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