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사(MS)와 독점금지법 위반여부를 놓고 법정논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 정부가 이번엔 인텔을 상대로 싸움을 시작한다.

역시 독점금지법 위반혐의다.

인텔이 컴퓨터용 칩 시장에서 갖고 있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컴퓨터
업체와 경쟁업체들에게 불이익을 강요하는등 전횡을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전문지인 비즈니스위크는 5월18일자에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
(FTC)가 빠르면 내달부터 인텔의 반독점법 위반여부를 본격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FTC측은 아직 공개적으로 조사에 착수할 것인지를 밝히지 않았으나 이미
상당히 기초조사를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로서 MS는 법무부가, 인텔은 FTC가 각각 맡아 독점여부를 조사하게
됐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그동안 "윈텔진영(Win-tel)"의 비대화로
불안감을 느끼던 미국 정부가 반격에 나섰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윈텔진영이란 PC용 운영체제와 중앙연산처리장치(CPU)시장의 80%이상을
점유하며 사실상 전세계 컴퓨터 업계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MS와 인텔의
연합진영을 뜻한다.

사실 이번 일은 오래전부터 예상돼 왔다.

법무부가 지난해 MS잡기에 나선 후 FTC도 인텔에 대한 내사를 시작했다.

한 예로 인텔은 지난해말 디지탈이퀴프먼트(DEC)와 인터그래프사등 2개
업체에 칩공급을 중단했었다.

DEC등이 인텔을 상대로 특허권 침해소송을 제기하자 인텔은 이들에게
"괘씸죄"를 적용, 칩 공급을 중단했다.

FTC는 이같은 사건이 인텔이 저지르고 있는 횡포의 일단에 지나지
않는다며 줄곧 인텔을 주목해왔다.

FTC는 또 인텔이 AMD나 내셔널세미컨닥터(NSC)등 경쟁업체들에게
고사작전을 쓰고 있다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인텔이 최신제품인 "펜티엄II"칩을 내놓으면서부터는 "비공개주의"로
돌아서 비슷한 제품(호환제품)을 만드는 경쟁업체들이 시장에서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는 것이다.

사실상 컴퓨터칩시장의 표준인 인텔이 전처럼 표준방식을 오픈하지
않으면 경쟁사는 살아남을 수 없게 된다.

이와함께 인텔은 최근 그래픽용 칩과 네트워크컴퓨터(NC)용 칩시장에
진출하면서 컴퓨터 하드웨어업체들에게 끼워팔기를 강요하고 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FTC는 이같은 혐의에 대해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고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손을 볼때 확실히 보겠다는 말이다.

이달초 앤드류 그로브회장에게서 바통을 넘겨받은 크레이그 R.베렛회장의
첫 임무는 FTC와의 치열한 전투가 될 것 같다.

< 박수진 기자 / 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