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시장에 이어 상용차시장도 세계 메이저들간 M&A(인수합병) 회오리
속으로 빠져들고있다.

벤츠의 닛산디젤 인수추진 발표로 국내 상용차 업계의 구조조정도
더욱 빨라지게된 것.

벤츠의 닛산디젤 인수로 닛산디젤의 상용차를 생산하고 있는 삼성상용차가
우선 영향을 받게된다.

벤츠의 닛산디젤 인수는 경쟁관계에 있는 스카니아의 아시아자동차
인수에도 크든 적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가장 궁금해진 건 삼성상용차의 변화.삼성은 사실 상용차사업에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아왔다.

일단 출발자체가 승용차사업을 위한 디딤돌 정도로 시작한 사업이다.

그러나 분위기가 달라졌다.

벤츠가 제휴선인 닛산디젤의 인수를 추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벤츠는 세계 최대의 트럭메이커.

벤츠의 협력으로 상용차를 생산한다면 경쟁력이 좋아지는 건 당연하다.

삼성으로서는 닛산디젤을 디딤돌로 삼아 벤츠와의 협력을 도모하는게
가능해진다.

게다가 벤츠의 대형트럭을 생산해오던 쌍용자동차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지난해 이 사업을 포기했다.

벤츠로서도 국내시장이 아쉽기만 하다.

벤츠와의 협상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삼성의 입장에서는 또 볼보와도 협상여지가 생겼다.

삼성은 최근 볼보에 삼성중공업 중장비사업부문을 팔아넘기면서 앞으로
양 그룹간 협력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레이프 요한손 볼보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양사간
협력문제를 논의해갈 "운영위원회"까지 설치해 운영키로 했다.

더욱이 요한손 회장은 호텔신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삼성과의
협력을 늘릴 예정이며 상용차를 직접 생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삼성이 볼보를 협력선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기반은 마련된
셈이다.

물론 볼보가 삼성과의 협력없이 독자적으로 생산에 나설 수도 있다.

볼보는 이미 대우에 맡겼던 대형트럭 판매권을 되찾아 국내에
볼보트럭코리아를 설립해 놓았다.

또 최근 매입한 창원공장에서는 삼성이 상용차공장을 대구로 옮겨가기
전까지 트럭을 만들어내던 공장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러나 벤츠가 닛산디젤을 인수한 직후 한국시장에 눈을 돌린다면 볼보도
삼성을 협력선으로 잡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면에서 보면 스카니아가 추진중인 아시아자동차 인수도 발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어차피 유럽 메이커들로서는 전장으로 변해버린 한국시장에서 보다
빠르게 자리를 잡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스카니아로서는 한국 대형트럭시장에서 이미 확고한 자리를 잡고 있어
유리한 입장이다.

현대와 대우의 입장이 약간 모호해졌다.

일단 대형상용차 부문에 제휴선이 없어서다.

현대는 세계 최대의 상용차공장(전주공장)을 갖고 있고 대우도 군산에
초현대식 신공장을 확보해 놓았지만 아직 대형트럭에서는 벤츠나 볼보
스카니아에 비해 역부족인게 사실이다.

따라서 이 부문에서도 제휴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승용차에 이은 상용차시장의 지각변동은 국내 자동차업계의 구조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 김정호 기자 /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