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크라이슬러 연합에 일본 3대 메이커중 하나인 닛산이 가세하면서
이제 세계 자동차업계는 미국-유럽-아시아를 잇는 "대륙간 메가 머저
(Mega-Merger)" 시대로 접어들었다.

힘 있는 메이커들의 연합에 의해 특징없는 군소메이커들이 도태되는
약육강식의 시대가 개막된 것이다.

기술자립은 물론 규모의 경제도 못이룬 국내업체들은 이제 "생사의 기로"
에서 전략을 새로 짜야 하는 상황이 됐다.

벤츠-크라이슬러-닛산의 협력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삼성자동차.

닛산과 포괄적 제휴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의 입장에서는 두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닛산과의 협력관계가 유지되는 경우다.

이럴 경우 삼성은 닛산의 기술을 계속 이전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벤츠나
크라이슬러의 지원까지 받아 더 없이 좋은 제휴관계가 된다.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벤츠-크라이슬러-닛산 연합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지역 "대표선수"간의 연합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삼성은 그저 "한국 국내용"이라는 역할만을 부여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두번째는 닛산이 기술제공을 중단하는 경우다.

벤츠와 제휴해 경영에 숨통이 트인 닛산이 구태여 삼성에 기술을 줄 이유가
없다.

게다가 수입선다변화제도의 해제로 99년말부터는 일본에서 생산된 차를
아무런 제약없이 한국에 수출할 수있다.

닛산과 맺고 있는 제휴의 선이 끊어지면 삼성의 자동차사업은 그것으로
끝이다.

물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아자동차를 인수하면 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포드와의 전략제휴가 전제돼야 하나 포드의 최근
움직임으로 볼때 선뜻 기대하기 어렵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설령 포드와 손을 잡는다해도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것을 양보해야할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메가머저의 탄생은 대우와 GM의 협상에도 적지 않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크라이슬러가 최고급 이미지의 벤츠,기술의 닛산까지 연합에 넣은 만큼
이에 대응, GM도 추가 전략제휴를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대우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 BMW와 같은 고급차 메이커와의 추가제휴도
가정해 볼 수 있다.

그럴 경우 대우는 GM의 우산속에서 추가 전략제휴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GM이 판을 새로 짜면서 대우와의 제휴를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다.

현대는 지금으로서는 속수무책이다.

벤츠-크라이슬러-닛산의 연합처럼 다른 연합에 끼어들어야 하지만 그게
만만치 않다.

이미 GM은 대우와, 포드는 기아와 인연을 맺고 있어 파트너 선정작업이
어렵다.

현대로서는 기아를 인수해 2백50만대의 양산효과를 기대하는 방법 외에
당장 다른 대안이 없어 보인다.

역시 포드의 손짓이 관건이 된다.

벤츠-크라이슬러의 합병 소식이 나온지 닷새만에 국내 자동차업계의 미래는
더욱 점치기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