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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해보면서 일할순 없다"..현대중공업 수주 안하나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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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조선업계의 리더인 현대중공업이 올들어 12일 현재까지 단 한척의
    배도 수주하지못했다.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수주여건이 나빠졌다는 점을 감안해도 쉽게
    납득이 가지않는다.

    현대와 달리 대우중공업은 이미 00만GT 12억달러어치의 건조물량을
    따냈다.

    후발주자인 삼성중공업도 7억달러의 수주실적을 올렸다.

    현대는 수주를 안하는 건가, 못하는 건가.

    현대의 대답은 못하는게 아니라 안하는거다.

    환율전망에 대한 시각차가 수주실적의 차이로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는 수주여건의 악화와 향후의 환율변동을 감안할 때 수주해봐야
    남는게 없다는 판단에 따라 수주를 하지않고있다고 강조한다.

    현대는 오히려 삼성이나 대우가 왜 그렇게 서둘러 수주하는지 알 수
    없다고 의아해한다.

    조선은 다른 상품과 달리 2년여의 건조기간이 소요되고 선박건조 대금은
    몇차례에 걸쳐 나뉘어 들어온다.

    따라서 장기환율예측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외환위기에 따른 국내 조선업체의 신인도 하락으로 선수금보다 나중에
    받는 건조대금의 비율이 높은 "헤비 테일"(heavy tail)방식이 주류를
    이루는 요즈음같은 경우엔 환율예측이 특히 더 중요하다.

    왜 그런가 살펴보자.

    선가는 영업과정에서 선주측에 견적을 낼 때와 나중에 계약시점의 가격이
    차이를 보이게 마련이다.

    조선소들은 영업할 때의 견적가격을 "노마진"이라면서 선주측에
    제시하지만 그렇더라도 조금의 이윤의 여지는 남겨두는 것이 보통이다.

    손해를 보지않기 위한 이른바 "세이프티 마진"(safety margin)이다.

    그러나 협상과정을 거치다보면 계약시점에서는 실제로 "노마진"상태에서
    계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조선소들이 지난 몇년간 선박영업을 해오면서 이처럼 노마진에 가까운
    가격으로 선박을 수주해오면서도 이익을 내온 것은 무엇보다도 환율이
    안정된 가운데서도 소폭의 오름세가 꾸준히 지속해온데 힘입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92년에 노마진으로 계약했다해도 93,4년동안 수금된 달러표시
    선박건조대금은 환차익을 발생시켜왔다는 것이다.

    다른 요인들도 있겠지만 이는 가장 기본적인 환경(펀더멘털)이라고
    할 수 있다.

    그 펀더멘털이 완전히 바뀌었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원화환율이 급속히 올라 8백원대 환율이 1천8백원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제는 1천3백원대에서 안정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종전에는 환율이 소폭이나마 꾸준히 올라왔지만 그 추세가 바뀐 것이다.

    현대는 앞으로 환율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관계자는 "신정권하에서는 아무래도 경제운용이 전보다는 낫지
    않겠느냐"면서 경제가 회복돼간다는 낙관론을 전제할 때 1,2년후의 환율은
    지금보다 훨씬 떨어질 것으로 보고있다.

    지금 노마진으로 수십억달러어치를 계약했는데 환율이 달러당 1백원정도
    떨어지면 수천억원의 환차손이 발생하게 된다.

    이것이 현대가 수주를 망설이는 이유다.

    더구나 당장 2년치의 일감이 있는데다 세계경제침체의 영향으로 물동량이
    줄어 달러표시 선가도 떨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금 수주를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다는 얘기다.

    현대는 대우나 삼성이 예년에 비해서도 많다싶은 물량을 경쟁적으로
    수주하는데 대해 아주 의아해하고 있다.

    환율이 1,2년후 지금보다 더 오를 것으로 판단하는 것인지 아니면
    당장 물량을 확보해야만하는 또다른 사정이 있는 것인지 알수없다는게
    현대의 반응이다.

    < 채자영 기자 / jycha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3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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