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파고, 수출로 넘는다''

국내 철강업계에서도 IMF 한파를 이겨내는 키워드는 역시 ''수출''이다.

자동차 가전 건설 등 주요 수요산업이 사상 최악의 내수 부진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철강업계의 활로는 단 하나.

포항제철 인천제철 동국제강 동부제강 등 주요 철강업체들은 올 수출목표를
지난해보다 최고 1백50%까지 늘려 잡고 연초부터 수출증대에 전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경영진은 신흥시장 개척을 위해 직원들을 중동 남미 등지로 급파했고
근로자들은 납기를 맞추기 위해 휴일도 반납했다.

철강협회도 연초부터 "수출애로 점검반"을 가동, 업계의 분투를 거들었다.

종합상사나 국내 건설업체의 해외 건설현장과의 협조체제도 한몫을 했다.

그 결과 올 1.4분기 우리 철강업계의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7.6% 증가, 전 수출업종중 최고의 증가율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규모면에서는 4백39만t 20억2천2백만달러 어치다.

이같은 추세대로라면 올 수출목표 73억달러는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특히 오름세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철 구조물의 수출 증가율은 지난 3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백60.2%까지
치솟았다.

지역편중이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긴 하나 대미 수출은 3월에 4백21.8%까지
증가하는 경이적인 상승률을 보였다.

반면 내수는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29.6% 줄었다.

자동차 내수가 53% 급감하고 건설과 조선 수주도 30%가량 떨어진 것을
감안할 때 어쩔 수 없는 결과다.

그나마 수출덕에 철강 생산량은 5.9% 감소하는데 그칠 수 있었다.

그러나 초반의 순조로운 출발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수출증대를 가로막는 복병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주요 수출대상국의 수입규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 철강업계는 이미 2건의 반덤핑 제소를 한데다 의회까지 움직여 한국의
기세를 꺾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그렇다 치고 EU 동남아 남미 등이 덩달아 "반덤핑" 운운하는 것도
심상치 않은 조짐이다.

"덤핑 제소 때문에 "한국 철강호"가 좌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
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열악한 경쟁환경도 우리를 괴롭힌다.

동남아 시장의 몰락으로 파이가 그만큼 작아진 만큼 나머지 시장에서의
경쟁이 그 어느때보다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우리를 능가하는 내수부진으로 절박한 상황에 몰린 동남아 철강업체들
이 앞다퉈 저가공세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어 우리의 운신의 폭은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세계 시장 전망도 결코 밝지 않다.

지난해보다 세계철강 수요가 0.9% 줄어들 것이란 세계철강협회(IISI)의
자료에서도 알 수 있듯 미국 일본 등 거대 시장은 여지없이 큰 폭의 감소세
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그렇다면 우리 철강업계는 이같은 난관을 뚫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수출과 관련해서는 수출선 다변화가 시급하다.

중남미 중동 등 상대적으로 등한시 했던 시장을 과감히 개척해야 한다.

또 대미 수출에서도 반덤핑 제소를 항상 염두에 두고 "눈치껏" 이를 피할
수 있는 요령을 터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IMF 위기를 철강산업의 획기적인 구조조정의 기회로 활용하는
사고의 전환도 절실히 요구된다.

국내 철강업계는 그동안 경쟁적인 설비증설로 지나친 공급과잉 상황에
놓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각 업체들의 수익성도 당연히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이는 지금같은 위기상황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과잉설비에 대한 과감한 감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노후설비에 대한 정리, 신규 설비계획에 대한 재검토, 부실 기업 설비의
해외매각 등이 과감히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유휴자산이나 생산과 연관이 적은 부문의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를
강화하는 것도 경쟁력 제고를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철강업계가 수차례에 걸친 엔고와 복합불황속에서도
살아남을수 있었던 것은 조직 슬림화를 통한 비용절감, 유휴자산 매각에
의한 부채 감축, 자회사 축소 등 구조조정의 덕이었다"며 "우리도 밖으로는
수출증대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안으로는 이같은 구조조정으로 거듭나야
할 때"라고 말했다.

< 윤성민 기자 smy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