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확장...'성장신화' 좌초 .. 해체위기 거평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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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평의 화려했던 "성장신화"가 막을 내리고 있다.
거평은 12일 발표한 구조조정안을 통해 거평시그네틱스 거평제철화학
거평화학 한남투자증권 등 4개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15개기업을 매각 혹은
청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선주 거평부회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구조조정안을 실천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90년대들어 재계에 숱한 화제를 뿌리며 지난해 30대그룹에 진입했던 거평은
이제 명맥유지에 급급한 처지가 됐다.
잘해야 미니그룹으로 남을 수있을 것이라는게 재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지난 79년 소규모 건설업체(금성주택)로 출발한 거평은 91년 대동화학을
인수하면서 그룹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국졸학력의 나승렬회장은 탁월한 경영감각으로 사업의 기틀을 세웠다.
거평이 재계의 샛별로 주목을 받게 된것은 지난 94년 대한중석을 인수
하면서부터.
거평은 이후 고속으로 성장가도를 달렸다.
그룹성장은 주로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95년 거평제철화학(구 포스코캠)과 거평화학(구 정우석탄화학)을 인수
했으며 97년 새한종금을 꿀꺽 삼켜 재계를 다시한번 놀라게 했다.
거평은 인수합병 과정에서 많은 의구심을 일으키기도 했다.
"도대체 무슨 자금으로 그렇게 많은 기업을 인수하느냐"
"뒤를 봐주는 세력이 있는게 아니냐" 등등.
나 회장은 올초 한 강연회에서 그 비결을 털어놨다.
우량기업을 인수해 그 기업의 자산으로 또다시 우량기업을 인수하면 빠른
속도로 기업을 키울수 있다는 것이다.
나 회장이 반드시 자산가치가 우량한 기업만 골라 인수한 것도 이런 이유
에서였다.
나 회장은 94년 인수한 대한중석자산을 사세확장에 적극 활용했다.
대한중석이 보유한 포철주를 바탕으로 교환사채를 발행해 8백억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또 공장부지에 아파트를 건설해 1천억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했다.
이 자금으로 이듬해 포스코캠 등 우량기업을 잇따라 입찰에서 따냈다.
나 회장은 특히 금융업에 각별한 관심을 둬왔다.
지난 3월 국제통화기금(IMF)사태로 그룹사정이 썩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한남투자증권을 인수한 사실만 봐도 금융업에 대한 나회장을 애착을 알 수
있다.
당초 거평은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한남투자증권도 새한종금과 함께
계열에서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막판에 자력으로 한남투자증권을 살려가기로 주거래은행인 조흥은행
과 타협을 본것으로 전해졌다.
거평이 비록 IMF 소용돌이에 휩싸여 그룹해체의 운명을 맞게 됐지만 구조
조정 추진과정에서 나 회장은 특유의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먼저 나 회장은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금융감독위원회 주거래은행과
충분한 사전교감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나 회장은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으로부터 "매도 일찍 맞는 사람이 낫다"는
얘기를 듣고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키로 결심했다고 한다.
특혜시비를 불러올 수 있는 산업은행의 새한종금인수도 그래서 가능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거평의 구조조정이 순탄하게 진행될 지는 미지수이다.
정상화하기로한 4개업체는 3천억원이 넘는 계열사 지급보증을 변제해야
한다.
그만큼 자금부담을 져야 한다.
연말 한남투자증권의 증자를 위해 수백억원의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거평시그네틱스에 대한 시설투자도 뒤따라야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계열사의 처분도 골치거리다.
당장 기업을 매물로 내놔도 살사람을 찾기 쉽지 않아서이다.
자연히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
거평이 계열사부도를 낸후 법정관리를 통해 매각을 추진하는 것도 기업
퇴출을 속전속결로 하자는 의도에서다.
때문에 은행의 지원여부에 따라 거평의 장래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거평의 해체는 탄탄한 기반없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할 경우 결국 파국
으로 치닫게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따라서 비슷한 성장사를 거친 후발 그룹들도 같은 과정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아무튼 맨손으로 30대그룹을 일으켜 세운 나 회장의 또다른 결단이 성공을
거둘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거평그룹 기업인수 일지 (단위 : 억원) ]]
<>인수사 거평식품 - 일자 : 91.5
금액 : 2.6
<>인수사 대동화학(현 주식회사 거평) - 일자 : 91.8
- 금액 : 32(채무인수 450억)
<>인수사 대한중석 - 일자 : 94.2
- 금액 : 661
<>인수사 라이프유통(현 거평유통) - 일자 : 94.7
- 금액 : 57(채무인수 230억)
<>인수사 한국시그네틱스 - 일자 : 95.5
(현 거평 시그네틱스) - 금액 : 74
<>인수사 포스코켐(현 거평제철화학) - 일자 : 95.10
정우석탄화학(현 거평화학) - 금액 : 1,151
<>인수사 강남상호신용금고 - 일자 : 96.6
- 금액 : 160(채무인수 100억)
<>인수사 새한종합금융 - 일자 : 96.11
- 금액 : 1,450
<>인수사 ATE International - 일자 : 96.12
- 금액 : 600만달러
<>인수사 태평양패션(현 거평패션) - 일자 : 97.3
- 금액 : 부채인수
<>한남투자증권 - 일자 : 98.3
- 금액 : 650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3일자 ).
거평은 12일 발표한 구조조정안을 통해 거평시그네틱스 거평제철화학
거평화학 한남투자증권 등 4개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15개기업을 매각 혹은
청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선주 거평부회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구조조정안을 실천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90년대들어 재계에 숱한 화제를 뿌리며 지난해 30대그룹에 진입했던 거평은
이제 명맥유지에 급급한 처지가 됐다.
잘해야 미니그룹으로 남을 수있을 것이라는게 재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지난 79년 소규모 건설업체(금성주택)로 출발한 거평은 91년 대동화학을
인수하면서 그룹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국졸학력의 나승렬회장은 탁월한 경영감각으로 사업의 기틀을 세웠다.
거평이 재계의 샛별로 주목을 받게 된것은 지난 94년 대한중석을 인수
하면서부터.
거평은 이후 고속으로 성장가도를 달렸다.
그룹성장은 주로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95년 거평제철화학(구 포스코캠)과 거평화학(구 정우석탄화학)을 인수
했으며 97년 새한종금을 꿀꺽 삼켜 재계를 다시한번 놀라게 했다.
거평은 인수합병 과정에서 많은 의구심을 일으키기도 했다.
"도대체 무슨 자금으로 그렇게 많은 기업을 인수하느냐"
"뒤를 봐주는 세력이 있는게 아니냐" 등등.
나 회장은 올초 한 강연회에서 그 비결을 털어놨다.
우량기업을 인수해 그 기업의 자산으로 또다시 우량기업을 인수하면 빠른
속도로 기업을 키울수 있다는 것이다.
나 회장이 반드시 자산가치가 우량한 기업만 골라 인수한 것도 이런 이유
에서였다.
나 회장은 94년 인수한 대한중석자산을 사세확장에 적극 활용했다.
대한중석이 보유한 포철주를 바탕으로 교환사채를 발행해 8백억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또 공장부지에 아파트를 건설해 1천억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했다.
이 자금으로 이듬해 포스코캠 등 우량기업을 잇따라 입찰에서 따냈다.
나 회장은 특히 금융업에 각별한 관심을 둬왔다.
지난 3월 국제통화기금(IMF)사태로 그룹사정이 썩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한남투자증권을 인수한 사실만 봐도 금융업에 대한 나회장을 애착을 알 수
있다.
당초 거평은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한남투자증권도 새한종금과 함께
계열에서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막판에 자력으로 한남투자증권을 살려가기로 주거래은행인 조흥은행
과 타협을 본것으로 전해졌다.
거평이 비록 IMF 소용돌이에 휩싸여 그룹해체의 운명을 맞게 됐지만 구조
조정 추진과정에서 나 회장은 특유의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먼저 나 회장은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금융감독위원회 주거래은행과
충분한 사전교감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나 회장은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으로부터 "매도 일찍 맞는 사람이 낫다"는
얘기를 듣고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키로 결심했다고 한다.
특혜시비를 불러올 수 있는 산업은행의 새한종금인수도 그래서 가능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거평의 구조조정이 순탄하게 진행될 지는 미지수이다.
정상화하기로한 4개업체는 3천억원이 넘는 계열사 지급보증을 변제해야
한다.
그만큼 자금부담을 져야 한다.
연말 한남투자증권의 증자를 위해 수백억원의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거평시그네틱스에 대한 시설투자도 뒤따라야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계열사의 처분도 골치거리다.
당장 기업을 매물로 내놔도 살사람을 찾기 쉽지 않아서이다.
자연히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
거평이 계열사부도를 낸후 법정관리를 통해 매각을 추진하는 것도 기업
퇴출을 속전속결로 하자는 의도에서다.
때문에 은행의 지원여부에 따라 거평의 장래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거평의 해체는 탄탄한 기반없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할 경우 결국 파국
으로 치닫게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따라서 비슷한 성장사를 거친 후발 그룹들도 같은 과정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아무튼 맨손으로 30대그룹을 일으켜 세운 나 회장의 또다른 결단이 성공을
거둘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거평그룹 기업인수 일지 (단위 : 억원) ]]
<>인수사 거평식품 - 일자 : 91.5
금액 : 2.6
<>인수사 대동화학(현 주식회사 거평) - 일자 : 91.8
- 금액 : 32(채무인수 450억)
<>인수사 대한중석 - 일자 : 94.2
- 금액 : 661
<>인수사 라이프유통(현 거평유통) - 일자 : 94.7
- 금액 : 57(채무인수 230억)
<>인수사 한국시그네틱스 - 일자 : 95.5
(현 거평 시그네틱스) - 금액 : 74
<>인수사 포스코켐(현 거평제철화학) - 일자 : 95.10
정우석탄화학(현 거평화학) - 금액 : 1,151
<>인수사 강남상호신용금고 - 일자 : 96.6
- 금액 : 160(채무인수 100억)
<>인수사 새한종합금융 - 일자 : 96.11
- 금액 : 1,450
<>인수사 ATE International - 일자 : 96.12
- 금액 : 600만달러
<>인수사 태평양패션(현 거평패션) - 일자 : 97.3
- 금액 : 부채인수
<>한남투자증권 - 일자 : 98.3
- 금액 : 650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