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몇몇 미국은행들의 97년도 연차보고서를 매우 관심있게 읽어보고
있다.

모두 세계적인 규모와 우수한 경영내용을 자랑하는 은행들로서 우리나라
은행들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이지만 보고서의 내용구성 자체가 매우
조직적으로 잘되어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때문에 우리 은행경영에 좋은 참고가 될 유익한 정보와 시사점을 내포하고
있어 열심히 배우고 있다.

어떤 은행은 심지어 연차보고서의 표지에 "Did your bank perform for you
today?"라는 제목을 걸어 놓은 다음 보고서의 첫머리에 "Yes"라는 대답과
함께 업적을 명료하게 설명하고 있다.

중요한 대차대조표 항목의 변동상황과 손익내용도 소상하게 밝히고 있다.

은행경영에 관심이 있는 기존 주주들이나 예상투자자들에게 은행경영의
결과를 매우 투명한 자료로 공개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몇몇 금융후진국 은행들의 연차보고서는 경영측면에서 보면
대단하지도 않은 것을 자랑으로 나열해 놓고 있다.

재무 내용의 설명도 애매모호하게 해놓고 있어 그것만으로는 해당 은행의
경영내용을 파악하기가 아주 어려운 경우가 많다.

거기에 더하여 각국마다 독특한(?) 회계원칙과 특례를 두는 때도 있어 더욱
자료로서의 가치가 약하게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 은행이나 기업들의 연차보고서를 보면 상당수는 자화자찬이나
피상적인 외형설명에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거나 보고서 자체가 매우 어렵게
되어 있는 것같다.

또한 기업의 연차보고서에 국가경제 전체의 문제 등 매크로한 내용을
언급하고 있는 경향이 있 는데 이는 정작 주주들에게 알려줘야 할 내용을
소홀히 할 우려가 없지 않다.

경영의 투명성이 우리 경제의 큰 현안이 되고 있는 요즘 은행이나 기업은
분명하고 알찬 연차보고서를 만들어 주주나 이해관계인들에게 투명한
기업정보를 제공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투명한 경영이 전제되어야 하겠지만 잘 만들어진
연차보고서는 기업 소개뿐만 아니라 PR를 위한 좋은 자료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이런 뜻에서 우리보다는 은행이나 기업경영 풍토가 앞선 나라의 은행과
기업들의 잘 만들어진 연차보고서를 벤치마킹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