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지식인들은 왜 오늘의 위기를 읽지 못했는가"

IMF 경제위기에 대한 학계의 책임을 묻고 자성을 촉구하는 주장이 한
사회학자에 의해 제기돼 주목받고 있다.

김동춘교수(성공회대 사회학)는 최근 "경제와 사회" 봄호에 기고한 논문
"한국의 지식인들은 왜 오늘의 위기를 읽지 못했는가"에서 경제학자들이나
사회과학자들이 IMF사태를 예상하지 못한 이유를 분석하고 지금의 위기를
넘기기위해 이들이 가야할 학문적 방향을 제시했다.

김교수는 지식인들이 위기를 읽지 못한 이유를 주류 사회이론이 갖는
체제옹호론적 성격과 비판능력의 부재에서 찾아야 한다고 보고있다.

이들이 시장경제의 합리성,진보성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으나 자본주의
경제가 언제든지 위기를 맞을 수 있고 사회적 불평등과 긴장을 초래할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검토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그는 특히 지난 4~5년동안 지식사회에 풍미했던 국제화 세계화의 담론에서
현 국가위기의 연원을 추적할 수있다고 주장한다.

학계에선 세계화만 떠들어댔지 한국경제의 구체적 현황, 기업의 자본축적
조건, 금융상황 등 이론적으로 검토해야할 내용엔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것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입에 대해서도 논의다운 논의는 없었고 자본시장이
개방될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지 냉정하게 분석한 보고서조차 거의
나오지 않았다는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또 학문사회 내부에서는 고질적인 식민성과 공리공론이 계속돼왔다고
비판했다.

경제학자들은 국가의 개입을 축소하고 시장기능을 활성화하자는 논의에
몰두했고 정치학자나 사회학자는 87년이후 제시된 민주주의 공고화이론이나
조합주의 시민사회론 신사회운동론 등에 지속적으로 매달려 왔다는 설명이다.

그러는 가운데 실물경제 실물정치 실물사회에 대한 기초연구가 실종되고
추상적인 논의만이 횡행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기업발주 프로젝트들이 관련학자들에게 쏟아져 우리 사회의
발전전망을 수립하는데 필요한 연구과제수행과 문제제기는 뒷전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았다고 그는 꼬집었다.

김교수는 이제 사회과학은 세계화된 자본질서, 시장주의를 비판한 다음
그 비판을 기초로 새로운 한국 사회발전모델을 제시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위해서 학계는 한국사회의 성격과 방향을 둘러싼 사회구성체논의를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80년대의 추상적 사회구성체론 대신 경제 정치 사회를 총체로
파악하려 했던 문제의식이나 실천적 과제를 학문적 논의와 연결시키려는
시도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1세기 통일된 한국사회건설을 위한 방향모색작업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오춘호 기자 ohc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