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IBRD)의 장 미셸 세베리노 아시아담당 부총재는 12일 "한국은
1백억달러 규모의 IBRD 긴급 지원자금중 아직 제공되지 않은 50억달러를
요구하지 않는게 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베리노 부총재는 이날 아시아.유럽재단(AEF) 주최로 파리에서 열린
심포지엄에 참석, "한국은 IBRD로부터 50억달러를 추가로 받는데 집착하기
보다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신뢰를 다시 얻는 일이 시급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IBRD뿐만 아니라 2차로 한국을 지원키로 한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2선지원국"들의 공통된 견해라고 그는 덧붙였다.

세베리노 부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IBRD가 50억달러를 사실상 지원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세베리노 부총재는 "한국에 50억달러를 추가 지원할 경우 향후 한국외환
시장 악화시 IBRD가 더이상 도와줄수 없는 만큼 50억달러는 향후 긴급히
자금이 필요한 경우를 대비해 유보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한국은 부대 수수료를 포함해 리보(런던은행간금리)에 2.5%의
높은 이자가 붙는 구제금융에 미련을 갖기보다는 리보에 0.5%를 더한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서 자금을 얻을 수 있도록 대외 신인도를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베리노 부총재는 "한국이 대외신인도를 높일 경우 IBRD는 구조조정
비용으로 30억달러를 2-3년에 걸쳐 정상적인 가격(regular pricing)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베리노 부총재는 또 "유럽연합이 4천만달러의 "트러스트 펀드"를
세계은행에 설정할 예정"이라며 "비록 이 자금의 주 수혜국은 동남아국가들
이긴 하나 한국도 지원대상에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 이성구 기자 s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