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사 경리과장이 3년간 9백73억여원의 회사 약속어음을 무단
발행해 할인받아 이중 2백14억원을 빼돌린 뒤 미국으로 도주한 사실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지검 조사부(김회선 부장검사)는 13일 H시스템 전경리과장 박상규씨
등과 공모, 박씨가 유용한 회사 공금을 넘겨받아 강남 룸살롱 등에 투자,
은닉하고 박씨에게 해외 도피자금을 제공해준 유제원(41)씨를 증거은닉 등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미국으로 도주한 박씨와 공범인 삼행통상 대표 권영빈씨 등 2명에
대해 특가법상 횡령 등 혐의로 지명수배하고 여권 무효화 조치 등을 통해
강제 송환할 방침이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대표이사 인감 등을 도용, 지난 95년4월부터 회사
약속어음 9백37억원 상당을 발행, 지난 1월까지 사채시장 등에서 할인한 뒤
유용해 왔으며 4개 시중은행 등 휴면 계좌에서 유용한 자금을 관리해 온
혐의다.

유씨는 또 지난 1월 일시 귀국한 권씨를 만나 암달러상에게서 교환한
미화 2만4천달러를 건네주는 등 9차례에 걸쳐 도피자금 9억3천8백만원을
건네준 혐의도 받고 있다.

유씨는 또 박씨 등 2명이 미국으로 도주한 지난 1월 17일 김포공항에서
박씨로부터 가짜 세금계산서철, 위조약속어음, 은행별 입출금내역서,
예금통장 등을 받아 승용차에 숨겨 범행증거를 은닉해 왔다.

< 이심기 기자 sg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