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위기설이 나돌고 있는데도 정부가 지난해말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고 있다.

솔직하지 못한 태도로 외국인들의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는 점과 시장경제
원칙이 왔다갔다하는 점이 지난해와 "닮은꼴"이다.

정치권이 선거에 몰두하면서 정치논리를 앞세우고 있는 것도 그대로다.

달라진 것이라고는 더욱 헝클어진 경제정책결정 시스템뿐이다.

외국인투자자들은 "관료들이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며 정부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대외신인도를 더욱 악화시켜 위기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외국인들은 무엇보다도 정부정책이 얼마나 투명하고 솔직한지를 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금융기관의 부실채권규모가 올연말에 얼마나 될지 밝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를 감추는데 급급하다.

외국증권회사의 한 관계자는 "부실채권규모보다 정부가 이를 숨기려한
사실이 더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외환위기가 코앞에 닥쳐온 지난해 11월에도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10월말현재 외환보유고가 3백5억달러로 충분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 가용외환보유고는 2백20억달러밖에 되지 않았다.

결국 블룸버그통신등 해외언론은 가용외환보유고가 수십억달러밖에 남지
않았다고 보도, 외환위기의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외국인들은 어정쩡한 시장경제론도 지난해와 같다고 보고 있다.

협조융자기업에 대한 처리가 지연되는 가운데 산업은행이 새한종금을
인수하자 해외에서는 한국채권가격이 급락했다.

외국인들이 이를 시장경제후퇴로 보고 있다는 증거다.

지난해에는 기아자동차에 대한 산업은행출자가 대외신인도하락에 결정타를
가했다.

최근 재정경제부가 "외환보유고가 충분해 외환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것도 강경식 부총리가 "펀더멘털(기본여건)이 튼튼하다"고 주장했던
것과 다를바 없다.

물론 금융기관단기외채 2백18억달러가 만기연장돼 부담이 줄었다.

그러나 한국경제가 가망이 없다는 인식이 확산돼 외국인들이 대출금회수에
들어가면 가용외환보유고 3백억달러로는 감당할수 없다.

뒤떨어진 국제감각과 부실한 경제외교도 마찬가지.

최근 금융 기업구조조정기금에 IBRD 자금을 투입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
한게 대표적이다.

IBRD의 반발을 산것은 물론 해외에서 구조조정기금에 대한 반대론을 확산
시켰다.

선진국 2선지원자금 80억달러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미국을
설득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전문가들은 문제를 푸는 방법이나 근본철학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상황은 악화되고 있는데 정부의 대응은 과거에 비해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의 김주영상무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술과 용기가 필요한 때"라며 "정책결정 시스템을 개선하고 투명성을
확보해야 정책실패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 김성택 기자 idnt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