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일본경제/금융개혁 파장' .. 안충영-사와 다카미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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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앙대 경제연구소와 일본 교토대학 경제연구소 사이의 자매결연을
위하여 방한한 일본교토대학 경제연구소의 사와 다카미쓰 소장과 중앙대학교
안충영 국제대학원장은 "일본경제.금융개혁의 파장"에 관한 대담을 가졌다.
사와 소장은 세계계량경제학회 펠로로 추대된 일본경제학계의 저명교수이며
"헤이세이 불황의 정치경제학" "일본경제의 난문" 등 베스트셀러 저자이다.
안 원장은 동아시아 발전모델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동안
사와소장과 함께 "일본경제 어디로 가고 있는가"(95.5.15) "헤이세이 불황
이후 일본경제"(97.11.7)를 주제로 한국경제신문 지상대담을 가진바 있다.
< 편집자 주 >
=======================================================================
<> 안충영 원장
* 1941년생 * 미 오하이오주립대 박사 * 세계은행 컨설턴트
* 한국계량경제학회장 * 일본 교토대 객원교수 * 한국 국제경제학회장
* 중앙대 국제대학원 원장(현재)
<> 사와 다카미쓰 소장
* 1942년생 * 일본 동경대 박사 * 미 일리노이대 객원교수
* 세계 계량경제학회펠로 * 중앙환경심의회 위원 * 국민생활심의회 위원
* 일본 교토대 경제연구소장(현재)
=======================================================================
<>.안충영 원장 = 사와 소장님과 일본경제 현황에 관해 한국경제신문
지상대담을 가지는 것이 이번으로 3회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경제가 심각한 금융위기에 처하여 있는 가운데
일본도 불황 탈출을 겨냥하여 4월 1일부터 일본형 금융빅뱅을 시작
하였습니다.
일본식 금융빅뱅의 파장과 일본경제의 불황 탈출은 동아시아 경제위기
극복에 결정적 변수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일본의 엔화가 140엔대로 하락하는 등 트리플 약세가 일어났을 때
즉각적으로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국가들의 주가와 통화가치도 동조 하락
하는 파장이 있었습니다.
엔화의 대달러화 환율추이는 한국에서도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사와 다카미쓰 소장 = 동아시아 금융위기가 촉발된 원인 가운데는 94년
중국 위엔화 평가절하와 그 뒤 일본의 엔저현상이 촉발한 한국과 태국,
인도네시아의 무역적자를 지적할 수 있습니다.
엔화가 강세로 반전하게 되면 한국에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유갑스럽게도 일본은 경상수지는 비록 흑자를 내고 있지만 금융불안
등 구조적 취약점 때문에 엔저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일본의 고물가구조와 구매력 평가기준으로 본다면 엔화는 달러당 180엔대도
가능한 그런 상황입니다.
금융개혁이 부진할 경우 앞으로 1~2년 사이에 엔화는 달러당 150엔 혹은
그 이상까지 가치하락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안 원장 = 엔화의 달러당 가치가 96년 119엔, 97년 120엔대였는데
140엔대 이하로 하락한다면 이는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경제에는 치명적인
찬물을 끼얹을 것입니다.
일본 정부는 경기회복을 위하여 92년 이후 7차례나 부양대책을 발표하였지만
효험이 없었습니다.
일본의 장기불항은 한국경제에는 커다란 악재입니다.
16조 6천억엔 규모의 4.14 종합경기대책도 효과가 의문시되고 있습니다만.
<>.사와 소장 = 일본경제의 펀더멘탈에 대한 신뢰 상실이 중대한 문제
입니다.
일본정부는 개인소비세 인하와 공공투자정책을 2종의 상비약으로 보유하고
있지만, 그 유효성에 관해서는 정책 당국자들 사이에서조차 찬반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볼때 이들 상비약은 효력을 이미 상실한 상태에 있습니다.
4.24 종합경기대책이 발표된 이후도 주가하락과 엔저가 지속되는 것을
볼 때 금번 경기대책도 회의적입니다.
엔저현상이 당장에는 한국경제에 악재로 작용하지만 일본경제의 펀더멘탈이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사실은 중장기적으로 한국이 대일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지요.
<>.안 원장 = 미국의 무역적자는 작년에 2천2백억달러에 육박하였습니다.
반면 일본은 97년도에 880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일본경제가 만성적 무역흑자를 기록하는데도 불구하고 엔 약세 현상이
나타나고 또 일본경제가 장기침체속에 갇혀 있다는 것은 엄청난 모순입니다.
지난 4월초 ASEM 회의에서는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이 일본에 대해
영구적 소득세 감세까지 포함한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내수를 진작하라는 것이지요.
이런 현상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사와 소장 = 10년전까지만 해도 엔화의 대달러화 환율은 미일의 정부
개입으로 조작이 가능하였으나 이제는 주식시장의 규모와 외환거래의 규모가
방대하여 정부보다는 시장의 힘이 결정적입니다.
일본정부는 아직도 시장의 힘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엔저는 시장이 평가한 산물입니다.
<>.안 원장 = 일본은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80조~100조엔에 이르는
불량채권 정리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재할인율을 0.5%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금융기관도 지금 100조원에 이르는 불량채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금융부실을 해결할 수 있는 재원이 없습니다.
일본 금융개혁의 핵심은 20조엔에 이르는 공적자금 투입으로 불량채권
해소를 시작하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
<>.사와 소장 = 92년 미야자와 수상이 공적자금 투입으로 불량채권 해소를
시도했으나 금융기관의 부실을 공적자금으로 해결해서는 안된다는 반대여론
에 부딪혀 좌절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는 20조엔보다 훨씬 적은 규모로 불량채권 정리가 가능했을 것입니다.
지난 3월 31일을 시점으로 일본 금융기관들은 BIS 자기자본비율 8% 요건을
맞추느라 대출을 기피하고 있읍니다.
그 결과 대장성이 발표한 몇차례의 경기부양대책들은 효과가 거의
없었습니다.
달구어진 냄비에 몇개의 물방울을 떨어뜨리는 식이 되고 말았던 거지요.
현재 구인구직 비율이 40%에 이르고 대졸 졸업자의 취업난은 전후 최악의
상황입니다.
일본 국민들도 이제 공적자금의 본격 투입에 일종의 컨센스를 이루고
있습니다.
<>.안 원장 = 일본의 장기불황이 금융개혁 부진에 있었음을 볼 때 한국의
금융개혁도 압축형으로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일본금융 개혁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사와 소장 = 일본금융의 현주소는 포장도 안된 산길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대장성의 호송선단식 행정지도 관행이 잔존하고 있고 제도가 바뀌어도 일본
국민의 금융관행이 바뀌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4월1일 이후 외국계 은행에 예금을 맡기는 예금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덜러화로 시티은행에 예금하는 것이 가능하고 금리는 4~5%나 주어집니다.
일본계 은행들이 주는 1% 정도의 금리보다 훨씬 유리하죠.
앞으로 5~6년후 21세기초에 3개 정도의 시중은행과 1개의 증권회사 1개의
보험회사가 현재의 간판으로 영업을 하고 나머지는 모두 국내외의 우량
금융기관에 인수.합병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안 원장 = 일본의 민간 금융자산은 1,200조엔으로 추산되고 그 가운데
800조엔이 개인예금으로 구성되어 있는 지표를 봤습니다.
고금리를 제공하는 외국계은행으로 일본 국민의 예금이 대폭 이전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18% 금리를 보장하는 한국계 은행에도 일본 국민의 예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사와 소장 = 우선 일본 국민들은 한국 금융기관이 그렇게 높은 금리를
주는지부터 잘 모릅니다.
더구나 일본국민들은 리스크를 부담하는 것을 아주 꺼립니다.
아시다시피 원화 환율은 여전히 불안합니다.
당분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겁니다.
<>.안 원장 = 일본 경제는 우편저금 연금 간이보험 등으로부터 20조엔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불량채권을 해소할 수 있는 재원확보의 길이 있습니다.
한국 입장에서 볼 때 부러운 것도 사실인데요.
<>.사와 소장 = 민간 금융자산 가운데서 30% 정도가 우편저금입니다.
국가가 보증하는 우편저금제도가 공개된 시장밖에 존재한다는 것은 그동안
비판받는 대목의 하나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불량채권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니
아이러니컬한 일입니다.
공적자금의 투입이 일단 시작되면 그것이 관행화되어 금융기관의 불량채권
정리도 가속이 붙을 것으로 봅니다.
<>.안 원장 = 한국의 금융개혁도 기본적으로 금융기관의 불량채권 해소
문제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기업보유 부동산의 유동화를 통해 금융부채를 상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하여 은행에 부동산 신탁계정을 개설하든가 토지공사를 통한 정부
보증채권 발행으로 부동산을 매입해 주는 방법, 자산담보부채권(ABS) 발행
등의 방법이 동원되고 있습니다.
<>.사와 소장 = 일본에서 자산담보부채권(ABS)제도는 학자들이 논의하고
있는 단계에 있습니다.
일본은 공적자금으로 금융기관들의 후순위채를 매입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습니다.
20개 금융기관에 불량채권 해소에 필요한 자금소요를 조사한 결과 한결같이
1,000억엔씩 필요하다고 합니다.
가장 우량한 것으로 알려진 도쿄-미쓰비시 은행도 1,000억엔을 신청
하였습니다.
<>.안 원장 = 일본의 내수경기가 활성화되면 아시아 주변국으로부터 수입을
확대하여 한국 및 아시아경제 부활의 돌파구를 열 수 있지 않을까 생각
합니다.
왜 일본의 내수경기가 80년대와 대조적으로 90년대에는 얼어붙어 있을까요.
<>.사와 소장 = 80년대에는 거품효과가 소비를 부추긴 측면도 있습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가정용 팩스 C.D 플레이어 캠코더 등 신제품들이 신규
소비를 창출했지요.
그러나 90년대에 들어서는 휴대전화 액정화면 자동차내비게이터 외에는
뚜렷한 신제품이 없습니다.
일본의 민간소비는 신제품 출현과 사이클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에 신제품
개발을 위한 기업의 R&D 투자에는 대폭적 세금공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안 원장 = 7년여에 이르는 일본 장기불황의 원인을 정치적 지도력의
부재, 다시말해 "정책 불황"에서 찾기도 합니다.
동아시아의 경제위기 타개에는 일본의 적극적 역할이 중요한데 일본 지도력
에는 문제가 없습니까.
<>.사와 소장 = 요시다 기시 이케다 다나까 나카소네 수상과 같은 강력한
리더쉽을 지닌 정치지도자가 80년대 후반부터 등장하지 못하였다는 것도
일본경제 구조개혁의 탄력을 잃게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안 원장 = 금융의 글로벌화 무국경 지구촌 경제현상은 동아시아 경제의
상호밀착성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국가는 금융불안에 관한 조기경보체계의 작동, 지역통화안정
기금창설 등 역내 국가간의 경제협력이 어느때 보다 필요합니다.
한국의 신정부는 한.일 양국의 문화교류의 확대등 미래 지향적 선린우호와
경제협력을 적극 추구하고 있습니다.
<>.사와 소장 = 일본은 일.한 경제의 상호의존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의 힘이 더욱 강하게 작동하고 있고 정부의 힘이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합니다.
시장의 힘을 존중하고 이용하는 양국 정부와 국민의 노력이 중요합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5일자 ).
위하여 방한한 일본교토대학 경제연구소의 사와 다카미쓰 소장과 중앙대학교
안충영 국제대학원장은 "일본경제.금융개혁의 파장"에 관한 대담을 가졌다.
사와 소장은 세계계량경제학회 펠로로 추대된 일본경제학계의 저명교수이며
"헤이세이 불황의 정치경제학" "일본경제의 난문" 등 베스트셀러 저자이다.
안 원장은 동아시아 발전모델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동안
사와소장과 함께 "일본경제 어디로 가고 있는가"(95.5.15) "헤이세이 불황
이후 일본경제"(97.11.7)를 주제로 한국경제신문 지상대담을 가진바 있다.
< 편집자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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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충영 원장
* 1941년생 * 미 오하이오주립대 박사 * 세계은행 컨설턴트
* 한국계량경제학회장 * 일본 교토대 객원교수 * 한국 국제경제학회장
* 중앙대 국제대학원 원장(현재)
<> 사와 다카미쓰 소장
* 1942년생 * 일본 동경대 박사 * 미 일리노이대 객원교수
* 세계 계량경제학회펠로 * 중앙환경심의회 위원 * 국민생활심의회 위원
* 일본 교토대 경제연구소장(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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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충영 원장 = 사와 소장님과 일본경제 현황에 관해 한국경제신문
지상대담을 가지는 것이 이번으로 3회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경제가 심각한 금융위기에 처하여 있는 가운데
일본도 불황 탈출을 겨냥하여 4월 1일부터 일본형 금융빅뱅을 시작
하였습니다.
일본식 금융빅뱅의 파장과 일본경제의 불황 탈출은 동아시아 경제위기
극복에 결정적 변수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일본의 엔화가 140엔대로 하락하는 등 트리플 약세가 일어났을 때
즉각적으로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국가들의 주가와 통화가치도 동조 하락
하는 파장이 있었습니다.
엔화의 대달러화 환율추이는 한국에서도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사와 다카미쓰 소장 = 동아시아 금융위기가 촉발된 원인 가운데는 94년
중국 위엔화 평가절하와 그 뒤 일본의 엔저현상이 촉발한 한국과 태국,
인도네시아의 무역적자를 지적할 수 있습니다.
엔화가 강세로 반전하게 되면 한국에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유갑스럽게도 일본은 경상수지는 비록 흑자를 내고 있지만 금융불안
등 구조적 취약점 때문에 엔저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일본의 고물가구조와 구매력 평가기준으로 본다면 엔화는 달러당 180엔대도
가능한 그런 상황입니다.
금융개혁이 부진할 경우 앞으로 1~2년 사이에 엔화는 달러당 150엔 혹은
그 이상까지 가치하락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안 원장 = 엔화의 달러당 가치가 96년 119엔, 97년 120엔대였는데
140엔대 이하로 하락한다면 이는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경제에는 치명적인
찬물을 끼얹을 것입니다.
일본 정부는 경기회복을 위하여 92년 이후 7차례나 부양대책을 발표하였지만
효험이 없었습니다.
일본의 장기불항은 한국경제에는 커다란 악재입니다.
16조 6천억엔 규모의 4.14 종합경기대책도 효과가 의문시되고 있습니다만.
<>.사와 소장 = 일본경제의 펀더멘탈에 대한 신뢰 상실이 중대한 문제
입니다.
일본정부는 개인소비세 인하와 공공투자정책을 2종의 상비약으로 보유하고
있지만, 그 유효성에 관해서는 정책 당국자들 사이에서조차 찬반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볼때 이들 상비약은 효력을 이미 상실한 상태에 있습니다.
4.24 종합경기대책이 발표된 이후도 주가하락과 엔저가 지속되는 것을
볼 때 금번 경기대책도 회의적입니다.
엔저현상이 당장에는 한국경제에 악재로 작용하지만 일본경제의 펀더멘탈이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사실은 중장기적으로 한국이 대일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지요.
<>.안 원장 = 미국의 무역적자는 작년에 2천2백억달러에 육박하였습니다.
반면 일본은 97년도에 880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일본경제가 만성적 무역흑자를 기록하는데도 불구하고 엔 약세 현상이
나타나고 또 일본경제가 장기침체속에 갇혀 있다는 것은 엄청난 모순입니다.
지난 4월초 ASEM 회의에서는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이 일본에 대해
영구적 소득세 감세까지 포함한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내수를 진작하라는 것이지요.
이런 현상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사와 소장 = 10년전까지만 해도 엔화의 대달러화 환율은 미일의 정부
개입으로 조작이 가능하였으나 이제는 주식시장의 규모와 외환거래의 규모가
방대하여 정부보다는 시장의 힘이 결정적입니다.
일본정부는 아직도 시장의 힘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엔저는 시장이 평가한 산물입니다.
<>.안 원장 = 일본은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80조~100조엔에 이르는
불량채권 정리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재할인율을 0.5%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금융기관도 지금 100조원에 이르는 불량채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금융부실을 해결할 수 있는 재원이 없습니다.
일본 금융개혁의 핵심은 20조엔에 이르는 공적자금 투입으로 불량채권
해소를 시작하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
<>.사와 소장 = 92년 미야자와 수상이 공적자금 투입으로 불량채권 해소를
시도했으나 금융기관의 부실을 공적자금으로 해결해서는 안된다는 반대여론
에 부딪혀 좌절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는 20조엔보다 훨씬 적은 규모로 불량채권 정리가 가능했을 것입니다.
지난 3월 31일을 시점으로 일본 금융기관들은 BIS 자기자본비율 8% 요건을
맞추느라 대출을 기피하고 있읍니다.
그 결과 대장성이 발표한 몇차례의 경기부양대책들은 효과가 거의
없었습니다.
달구어진 냄비에 몇개의 물방울을 떨어뜨리는 식이 되고 말았던 거지요.
현재 구인구직 비율이 40%에 이르고 대졸 졸업자의 취업난은 전후 최악의
상황입니다.
일본 국민들도 이제 공적자금의 본격 투입에 일종의 컨센스를 이루고
있습니다.
<>.안 원장 = 일본의 장기불황이 금융개혁 부진에 있었음을 볼 때 한국의
금융개혁도 압축형으로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일본금융 개혁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사와 소장 = 일본금융의 현주소는 포장도 안된 산길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대장성의 호송선단식 행정지도 관행이 잔존하고 있고 제도가 바뀌어도 일본
국민의 금융관행이 바뀌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4월1일 이후 외국계 은행에 예금을 맡기는 예금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덜러화로 시티은행에 예금하는 것이 가능하고 금리는 4~5%나 주어집니다.
일본계 은행들이 주는 1% 정도의 금리보다 훨씬 유리하죠.
앞으로 5~6년후 21세기초에 3개 정도의 시중은행과 1개의 증권회사 1개의
보험회사가 현재의 간판으로 영업을 하고 나머지는 모두 국내외의 우량
금융기관에 인수.합병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안 원장 = 일본의 민간 금융자산은 1,200조엔으로 추산되고 그 가운데
800조엔이 개인예금으로 구성되어 있는 지표를 봤습니다.
고금리를 제공하는 외국계은행으로 일본 국민의 예금이 대폭 이전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18% 금리를 보장하는 한국계 은행에도 일본 국민의 예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사와 소장 = 우선 일본 국민들은 한국 금융기관이 그렇게 높은 금리를
주는지부터 잘 모릅니다.
더구나 일본국민들은 리스크를 부담하는 것을 아주 꺼립니다.
아시다시피 원화 환율은 여전히 불안합니다.
당분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겁니다.
<>.안 원장 = 일본 경제는 우편저금 연금 간이보험 등으로부터 20조엔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불량채권을 해소할 수 있는 재원확보의 길이 있습니다.
한국 입장에서 볼 때 부러운 것도 사실인데요.
<>.사와 소장 = 민간 금융자산 가운데서 30% 정도가 우편저금입니다.
국가가 보증하는 우편저금제도가 공개된 시장밖에 존재한다는 것은 그동안
비판받는 대목의 하나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불량채권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니
아이러니컬한 일입니다.
공적자금의 투입이 일단 시작되면 그것이 관행화되어 금융기관의 불량채권
정리도 가속이 붙을 것으로 봅니다.
<>.안 원장 = 한국의 금융개혁도 기본적으로 금융기관의 불량채권 해소
문제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기업보유 부동산의 유동화를 통해 금융부채를 상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하여 은행에 부동산 신탁계정을 개설하든가 토지공사를 통한 정부
보증채권 발행으로 부동산을 매입해 주는 방법, 자산담보부채권(ABS) 발행
등의 방법이 동원되고 있습니다.
<>.사와 소장 = 일본에서 자산담보부채권(ABS)제도는 학자들이 논의하고
있는 단계에 있습니다.
일본은 공적자금으로 금융기관들의 후순위채를 매입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습니다.
20개 금융기관에 불량채권 해소에 필요한 자금소요를 조사한 결과 한결같이
1,000억엔씩 필요하다고 합니다.
가장 우량한 것으로 알려진 도쿄-미쓰비시 은행도 1,000억엔을 신청
하였습니다.
<>.안 원장 = 일본의 내수경기가 활성화되면 아시아 주변국으로부터 수입을
확대하여 한국 및 아시아경제 부활의 돌파구를 열 수 있지 않을까 생각
합니다.
왜 일본의 내수경기가 80년대와 대조적으로 90년대에는 얼어붙어 있을까요.
<>.사와 소장 = 80년대에는 거품효과가 소비를 부추긴 측면도 있습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가정용 팩스 C.D 플레이어 캠코더 등 신제품들이 신규
소비를 창출했지요.
그러나 90년대에 들어서는 휴대전화 액정화면 자동차내비게이터 외에는
뚜렷한 신제품이 없습니다.
일본의 민간소비는 신제품 출현과 사이클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에 신제품
개발을 위한 기업의 R&D 투자에는 대폭적 세금공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안 원장 = 7년여에 이르는 일본 장기불황의 원인을 정치적 지도력의
부재, 다시말해 "정책 불황"에서 찾기도 합니다.
동아시아의 경제위기 타개에는 일본의 적극적 역할이 중요한데 일본 지도력
에는 문제가 없습니까.
<>.사와 소장 = 요시다 기시 이케다 다나까 나카소네 수상과 같은 강력한
리더쉽을 지닌 정치지도자가 80년대 후반부터 등장하지 못하였다는 것도
일본경제 구조개혁의 탄력을 잃게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안 원장 = 금융의 글로벌화 무국경 지구촌 경제현상은 동아시아 경제의
상호밀착성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국가는 금융불안에 관한 조기경보체계의 작동, 지역통화안정
기금창설 등 역내 국가간의 경제협력이 어느때 보다 필요합니다.
한국의 신정부는 한.일 양국의 문화교류의 확대등 미래 지향적 선린우호와
경제협력을 적극 추구하고 있습니다.
<>.사와 소장 = 일본은 일.한 경제의 상호의존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의 힘이 더욱 강하게 작동하고 있고 정부의 힘이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합니다.
시장의 힘을 존중하고 이용하는 양국 정부와 국민의 노력이 중요합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