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르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14일 조건부로 사임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이에따라 아시아 각국의 금융시장은 개장초 일제히 회복세를 보였으나
오후들어 실제 수하르토의 사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다시
내림세를 보이는 등 하루 종일 출렁거렸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리고 있는 15개 개발도상국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수하르토 대통령은 14일 현지 교민행사에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지는 않겠다"며 "더 이상 국민으로부터 신임을 얻지 못한다면 사임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고 자카르타 포스트지가 보도했다.

그는 이어 "나는 물러난 뒤에도 나라를 위해 기도하고 조언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내가 신임을 얻지 못한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합헌적인 절차에 의해서만 퇴진하겠다"고 말해 자발적으로
물러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와관련 전문가들은 반정부시위가 격화되자 수하르토가 일단 최악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정치적인 제스쳐를 쓴 것일 뿐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수하르토의 사임의사 발언이 전해지자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이날 초반
에는 전날보다 달러당 1천루피아 정도 회복되기도 했으나 사임가능성이
적다는 분석이 나오며 다시 1만1천5백루피아로 곤두박질쳤다.

말레이시아 링기트화와 필리핀 페소화, 싱가포르달러 등의 가치도 0.2-0.4%
하락했다.

일본 엔화는 달러당 1백34.18엔으로 마감됐다.

아시아 각국 의 증시도 일본 0.24%, 필리핀 1.6%, 대만 0.1%, 홍콩 1.1%
떨어졌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