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들은 정부가 개혁원칙을 준수하는지 여부와 16일로 예정된
노동계 집회가 순조롭게 끝날지 여부가 외국인투자를 가름짓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새한종금인수와 동아건설지원등과 같은 비원칙적인 일들이 계속될
경우 근본적인 신뢰에도 손상이 갈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도이치은행 서울지점의 한 관계자는 "한국정부가 추진중인 개혁원칙과
방법에는 전적으로 지지를 보내지만 아직까지 성과가 없는데다 그 과정에서
왜곡현상이 나타나고 있는걸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동아건설에 대한 협조융자결정보도와 산업은행의 새한종금
인수 등은 부실기관의 과감한 정리라는 개혁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외국인들은 정부의 이런 태도를 "개혁원칙만 있지 실행은 왜곡되는 신호탄"
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구조조정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하지만 그것을 감내하는 것만이
외국인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ING베어링증권의 빌 헌세이커 차장은 "외국인들은 한국 기업들의 구조조정
이나 비용절감 노력 등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보고 있다"며 "외국인들이
한국의 경제회복에 대해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좀더 기다려야 한다는 분위기"
라고 말했다.

자딘플레밍증권의 관계자도 "한국정부가 추진중인 구조조정 등 개혁작업이
지연되거나 왜곡될수록 외국인투자도 등을 돌리게 된다"고 경고했다.

씨티은행서울지점 관계자는 "노동계의 움직임도 외국인들의 투자를 결정
짓는 주요 변수"라며 "단기적으로는 16일로 예정된 민주노총 등의 집회가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일 민주노총의 집회가 평화적으로 끝나면 한국에 대한 투자를
적극 검토하겠지만 지난 1일과 같은 폭력시위로 변질될 경우 한국은 급격히
신뢰를 잃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외국은행딜러도 시장원리에 따른 원-달러 환율의 적정수준은 달러당
1천5백~1천6백원이지만 정부가 금리인하를 위해 기업들에게 달러매각을
종용, 환율을 인위적으로 하락시키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며 이 또한 신뢰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결국 단기적으론 16일 노동계집회가, 중장기적으론
원칙에 충실한 개혁추진이 외국인을 끌어들이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