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외국회사 직원과 화교 등이 속속
국외로 탈출하고 있다.

또 미국은 전날 홍콩에 이어 자국민들의 인도네시아 여행을 사실상 금지
시키고 현지에 근무중인 미국인들에게 탈출을 권고하고 나섰다.

일본 히타치는 인도네시아에서 근무중인 1백여명의 직원들에게 조속히
가족들을 해외로 내보내라고 지시했다.

또 직원들은 도쿄 본사와 언제든지 연결될 수 있도록 비상통신망을 가동
토록 했다.

다른 외국기업들도 사실상 현지법인을 임시 폐쇄한 상태이다.

이들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 주요 서류를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의 각국정부도 현지교민과 기업들에게 철수를 독려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거주하고 있는 화교들의 경우 수백명이 공항으로 몰려들어
외국행 비행기표를 사기 위해 아우성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표가 동나 매표창구에서 발을 굴렀다.

20명이나 되는 가족의 비행기표를 구하기 위해 나온 존 리씨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홍콩, 호주 어디든 좋다. 하지만 20매나 되는 표를 다 구할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화교들은 인도네시아 전체 인구 2억중 약 4%에 불과하지만 상공업 분야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한편 미국은 이날 자국민들에게 인도네시아로의 불필요한 여행을 삼갈 것을
경고하는 동시에 현지에서 근무중인 미국인들에게 탈출을 검토할 것을 권고
했다.

미국 국무부는 정부 공무원들의 가족에게 인도네시아를 떠나는 것을
승인했으며 공무원 본인도 경우에 따라 출국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정종태 기자 jtch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