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경제가 완전 마비됐다.

외환거래를 중단시켜 금융거래는 물론 대외결제까지 끊겼고 폭도들의 방화
등으로 15일에도 2백20여명이 숨졌다.

호주와 싱가포르에서는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의 거래가 중단됐으며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있는 외국기업들도 잇달아 조업을 중단하고 있어
인도네시아가 조만간 모라토리엄(외채지불중단)을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따라 한국금융기관들의 대출과 기업들의 투자분 56억8천만달러도 회수
가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국내 상황악화로 인해 외환결제를 포함한 모든
은행간 거래를 중단시킨다고 발표했다.

인니 중앙은행의 이같은 조치로 이날 싱가포르 인근국가들의 역외시장에서도
루피아화는 달러당 1만8백루피아선에서 거래가 끊어졌다.

또 인도네시아 국내금융기관들이 일제히 휴점상태에 들어가면서 환전업무는
물론 무역금융업무 등이 모두 중단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현지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은 잇따라 사업을 철수하거나 공장및 영업지점을
폐쇄하고 있다.

도요타 후지쓰 등 일본 자동차및 반도체업체들은 이미 지난 14일 현지
공장의 문을 닫고 직원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

시티은행등 외국 금융기관들도 현지 지점을 잠정 폐쇄키로 결정했다.

또 미국 대만등 각국은 현지에 거주해온 자국민들에게 조속히 인도네시아
에서 철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인도네시아 유혈시위는 이날도 계속돼 15일 현재 총사망자수는 모두
2백50여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집계했다.

특히 이날 자카르타 근교의 요그야 백화점에서 시위대의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2백20여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도됐다.

또 자카르타 시내 국영라디오방송국이 오전 한때 시위대에 점령당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처럼 악화되자 인도네시아 야당과 지식인들은 일제히 수하르토
대통령의 즉각 하야를 촉구하고 나섰다.

야당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수하르토가 즉각 사임하지 않을 경우 더욱
격렬하고 조직적인 반정부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대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수하르토의 사임은 합헌적인 절차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며 야당의 사임요구를 일축했다.

한편 미국 짐 스타인버그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인도네시아의 혼미상태가
지속되면 미국정부는 수하르토 정권을 포기하고 새로운 정부를 출범시킬
수 밖에 없다는 최악의 상황도 고려중"이라고 밝혀 수하르토 정권을 포기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