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시위사태가 폭동으로 변질되면서 약탈 및 폭력행위가 현지에
진출한 외국기업으로까지 무차별적으로 확산되자 사무소를 폐쇄하거나
생산을 중단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은행 등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제조업체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외국기업들이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 "보따리"를 싸고 있다.

이미 전세기를 통해 현지 직원들을 싱가포르 호주 등 안전한 주변국으로
대피시킨 기업들도 늘고 있다.

유럽 최대 맥주회사인 하이네켄사는 15일 새벽 폭도들이 자카르타 인근에
위치한 양조공장을 급습해 맥주와 컴퓨터 등의 사무실 집기를 약탈해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즉각 조업을 중단하고 6백여명의 직원들을 귀가조치시켰다고
덧붙였다.

하이네켄사는 폭도들의 약탈행위로 직접적인 피해를 본 첫 외국기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에 가장 많이 진출해 있는 일본 기업들도 이날 대부분 조업을
중단하거나 현지사무소를 폐쇄했다.

소니, 산요전기, 도시바, 샤프 등 일본의 주요 전자메이커들은 현지
공장의 생산을 중단하거나 사무소를 폐쇄했다.

소니는 2개의 TV공장과 오디오 공장의 조업을 중단시켰으며 산요도 7개
공장중 5개의 생산라인을 스톱시켰다.

도요타 닛산 등 일본 자동차메이커들도 생산라인을 세웠으며 일본
장기신용은행 다이이치칸교 등 금융기관들도 현지 지점을 폐쇄했다.

마루베니상사의 현지 직원은 "본사로부터 사무소 문을 닫고 미 달러화와
비행기티켓을 확보한 후 안전한 곳에 피신해 있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대부분 미국계 기업들도 미 정부와 본사의 지시에
따라 사무소를 폐쇄하거나 조업을 중단했다.

일부 기업들은 이미 현지 직원들을 주변국으로 대피시켰다.

GM은 자카르타 근교 공항의 가동을 전면 중단했으며 직원들을 전세기편으로
싱가포르도 철수시켰다.

시티은행은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자카르타 등 현지에 있는 지점들을
모두 폐쇄했다고 발표했다.

또 이미 30여명의 직원들은 전세기를 통해 자카르타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릴린치 뱅크아메리카 체이스맨해튼 등도 지점 문을 닫았다.

미 정유회사인 코노코사는 1차로 40명의 직원들을 전세기를 통해 인근
싱가포르로 대피시켰으며 2차 대피작전을 수립하고 있다.

나이키 리복 등도 현지 공장의 조업을 중단했다.

하이네켄뿐만 아니라 GEC알스톰,로레알 등 여타 유럽계 기업들도 공장문을
닫는 등 철수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동사태가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어 외국기업들의 엑소더스는 2-3일 내에
피크를 이룰 것이라는게 현지분위기다.

< 김수찬 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