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신문에서 구속이란 단어를 자주 대하게 된다.

누구 누구가 구속되었다하고 며칠 후에 또 누가 구속될 것이라고 한다.

구속이란 단어가 마치 전염병처럼 나라 전체에 퍼지는 것같다.

나라를 잘 관리해야 할 관리들이 자기관리를 잘못해서 구속되었다는
보도를 볼때마다 자기관리 잘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작가에게 선비정신이 없고 정치인에게 도덕성이 없고 기업가에게
정직성이 없다면 이것 또한 자기관리를 잘못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돈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잘 사는건 아닐텐데 왜들 돈 때문에 비리를
저지르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나물먹고 물마시고 팔베개 베고 누웠으니 장부의 살림살이 이만하면
족하다던 옛 사람들의 청빈한 삶이 오늘따라 그리워지는건 비단 IMF탓만이
아닐 것이다.

1947년 사르트르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물질의 풍족스러움은 있어도
풍요로운 삶은 없다"고 한 말이 떠오른다.

삶의 질을 높이자고 떠들던 사람들이 스스로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삶의
무게만 무겁게 해놓았다.

시 한편에 몇만원 정도밖에 못받고도 시로써 마음을 채울수 있어
배부르다고 생각하며 사는 시인들을 돈으로 배를 채우고도 배고프다고 하는
사람들이 알기나 할까.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건 무식보다 무지일 것이다.

무지막지한 무지 때문에 그들은 무서운 비리를 저지르고도 무지하게
뻔뻔하다.

심지어 구속한번 되었다 풀려나면 그만이라는 태도마저 보이기도 한다.

한번의 구속이 영원한 치욕이라는 걸 모르는듯 말이다.

더러워진 발은 깨끗이 씻을 수 있지만 더러워지면 안될 것은 마음과
정신이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자기관리를 잘 하는 수밖에 없다.

모든일은 "It''s up to you (당신에게 달렸습니다)"이기 때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