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를 중단할 경우 사망 가능성이 높은 중환자를 가족의 요구로 퇴원시켜
숨지게 한 의사들에게 법원이 처음으로 살인죄를 적용,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지법 남부지원 형사합의1부(재판장 권진웅부장판사)는 15일 서울 B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양모씨와 레지던트 김모씨 등 의사 2명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퇴원을 요구한 환자의 보호자 이모씨(48)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환자가 명시적으로 퇴원할 의사를 보이지 않았고
치료를 중지하면 곧바로 사망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환자를 퇴원시킨
것은 의사로서의 양심을 저버린 행위"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들이 환자가족에게 퇴원을 만류한 사실만으로
환자의 사망에 따른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양씨 등은 지난해 12월 뇌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중인 환자 김모씨를
부인 이씨의 요구에 따라 퇴원시킨 뒤 인공호흡기를 제거,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3~5년이 구형됐었다.

< 손성태 기자 mrhan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