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석 < 숭실대 부총장 >

1998년은 대한민국 벤처기업 원년이다.

물론 벤처기업을 창업, 성공한 사례는 이전에도 꽤 있지만 정부 대학
사회에서 벤처기업 창업에 대한 열기가 본격적으로 분출된 해가 98년이기
때문이다.

98년 들어 우리나라 국민들사이에 회자되는 용어에 순위를 매긴다면
"벤처"가 "IMF"다음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벤처에 대한 시각은 긍정도 많지만 부정도 많다.

실리콘밸리 신죽단지등 외국의 성공사례를 모델로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벤처 주창자들은 열을 올리지만 벤처기업의 성공률이
5%미만이라는 현실은 엄연히 존재한다.

이같은 현실 인식은 벤처창업이 행복한 미래를 보장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러나 5%의 행복과 95%의 불행을 양면으로 해서 모험정신으로 도전하는
기업이 진정한 벤처기업이라고 할수 있다.

성공적인 벤처기업 육성책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하지만 벤처창업의 전초기지는 대학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교수와 대학생의 벤처참여, 벤처동아리, 대학 벤처창업지원센터 등 다양한
지원책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아마추어수준이다.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벤처창업지원센터 이상의 효율을 얻을 수 있는
신작로는 벤처대학의 설립에서 찾을수 있다.

벤처대학은 벤처창업학교나 벤처창업 교육과정을 의미하는게 아니다.

벤처대학의 학생들은 등록금을 전혀 내지 않는다.

교수들은 봉급을 받지 않는다.

연구 토론 중심의 학사운영으로 대학시설이 최소화되고 모든 학생들은
예비 벤처기업가가 된다.

아마추어격 벤처동아리 이상의 프로동아리형태로 그룹별로 가상 벤처기업을
설립, 모의 경영을 한다.

모의 벤처기업에는 반드시 지도교수를 두어 기술지도와 경영지도를
책임지도록 한다.

연습작품인 가상 벤처기업은 여건이 갖춰지면 벤처기업 창업으로
구체화된다.

모든 교수는 겸직교수 내지 자원봉사 교수가 된다.

교수들은 지도하는 벤처기업 참여 제자들과 운명을 같이해 벤처기업이
성공하면 주식이나 별도의 연구비로 과실을 취하도록 한다.

대학의 재정은 벤처금융 후원금 정부지원금, 각종 연구과제관리비로
충당한다.

벤처는 대학 교수 학생이 혼연일체가 돼 모험이라는 공동 운명을 감수하면서
뛸때 성공사례를 낳을수 있다.

취직하면 되는데 왜 쓸데없는 고생을 하나, 등록금 수입없이 어떻게 대학이
운영되나 등과 같은 수동적이고 안일한 사고로 시작한 벤처는 미래가 없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