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15일 이규성 재정경제부장관주재로 금융협회장간담회와
경제장관협의회를 잇달아 열고 수출 중소기업 주택건설업체지원대책과
각 금융권별 금리인하 유도등 금융경색완화추진방안을 마련, 발표했다.

그러나 바로 이날도 주가는 떨어지고 환율은 오르는 양상이었고, 16일에도
주가는 오름세를 보이지 못했다.

중소기업 건설업체지원을 늘리고 외국인주식투자한도를 폐지하는 한편
금리도 내리도록 하겠다는데도 금융시장의 반응이 전무한 까닭은 무엇인가.

바로 이점이 오늘의 우리 경제가 안고있는 본질적인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경제를 걱정스럽게 보는 것은 단순히 상황이 나쁘기 때문이
아니다.

중한 병에 걸려있을 뿐 아니라 약효에 대한 신뢰가 지극히 낮기 때문에
더욱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경제정책에대한 신뢰도가 수준이하이기 때문에 경제앞날에 대한
걱정을 더하게하는 국면이다.

정부발표가 제대로 집행되지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무엇을 지원하고 무엇을
개선한다는 발표가 나와도 금융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은게 오늘의 현실이다.

물론 정부입장에서도 할말은 있을 것이다.

은행 돈사정은 나쁘지않은데도 그것이 돌지않는 까닭은 금융에 대한
관치가 과거처럼 효과적이지 못한데서 빚어진다는 주장도 그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경제운용에 대한 정부주도력은 여러가지 요인으로 약화된게 사실이고
또 그 자체가 반드시 나쁜 현상은 결코 아니기 때문에, 우리도 그런 점을
문제삼을 생각은 없다.

문제는 달라진 여건아래서 정부의 책임과 역활에 대한 정부 스스로의
확신이 없다는데 있다.

어제와 오늘 얘기가 뉘앙스가 달라 빚어진 기업구조조정관련 이른바
생살부파문, 산은인수-영업정지로 급선회한 새한종금등이 그 좋은 예다.

오늘의 현안은 구조조정이고 그것은 결국 부실대출문제가 핵심인데,
정책당국자의 확고한 신념이 없는한 절대로 해결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결국 부실정리의 부담이 국민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볼때, 그
당무자가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바로 그런 점에서 오늘의 경제정책당국자는 공직자로서의 도덕성에
겸해 확고한 신념과 의지를 필요로 한다.

세평에 우왕좌왕하는 경제정책, 책임을 은행으로만 미루는듯한
정책당국자의 자세는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정책우선순위를 분명히 해야한다.

부실처리문제에 가닥이 잡히지 않는한 어떤 처방으로도 금융시장안정은
어렵다.

부실처리기준과 방법에 따라 은행 BIS(국제결제은행)자기자본비율은
요동치게 되고 존립에 대한 판정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라면 중소기업지원
등 통상적인 정책적 처방의 의미와 효과는 미미해질 수밖에 없다.

수출 등에 대한 지원확대방침에도 증시가 뜨지 않는 까닭도 그래서라는
걸 알아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