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의 요즘 행태를 보면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밖에
들지않는다.

국민의 대표기관이라는 국회가 고통분담은 커녕 "제몫부풀리기"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최소한의 윤리와 책임의식도 없다는 혹평을 받을만하다.

국회가 예산당국에 요청할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지난해말 삭감한
의원입법활동비와 직원들의 연말상여금까지 전액 원상회복시킨 것이
그 단적이 예다.

기업들에는 구조조정을, 국민들에게는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강요하다시피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의원보좌관 2백99명을 늘리는가하면
교섭단체 활동비, 업무추진비등 거의 대부분의 사업비를 대폭 증액요구했다.

게다가 현재 16개인 상임위원회를 20여개로 늘리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고통을 분담하려는 흔적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실업자가 늘실업자가 늘고 도산기업이 속출하는 경제난속에서 대다수
국민들은 대폭 삭감된 수입으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나가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한마디로 염치없는 처사라 아니할수 없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에 접어들면서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됐던
정치개혁은 기대에 미흡할뿐아니라 정치권 스스로 그렇게할 의향이 전혀
없어보인다.

"정치도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국민들의 여론은 아예
무시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방선거를 앞둔 각 정당의 움직임은 어떤가.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들의 아픔을 덜어주는데 머리를 싸매는 것이
아니라 "네 탓"만을 내세우면서 상대방 흠집내기에 열중이다.

하루에도 몇차례씩 나오는 정당의 성명은 그 내용부터가 질이 떨어지는
비방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느 구석에서도 국난극복의 해법을 찾는 진지한 고민과 정책제시는
찾아보기 어렵다.

내일부터 입후보등록이 시작되는 6.4지방선거에 비상한 관심을 갖지않을수
없다.

자칫 선거열기가 과열될 경우 경제난을 부추길뿐아니라 정치권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공멸의 길을 걷게될지도 모른다는 판단에서다.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은 소모적인 정쟁을 벌일만큼 한가하지 못하다.

인도네시아의 정정불안으로 제2의 외환위기가 닥쳐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하고, 금융및 기업의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국내경제사정도 최근들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때문에 지방선거를 치르는 우리의 자세가 어떠해야 할 것인가는 자세한
설명이 필요치않다고 본다.

한마디로 이대로는 안된다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

지방선거는 지방재정을 이끌어갈 살림꾼을 뽑는 행사다.

정치지도자들은 민심소재를 제대로 파악하고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서도
좀더 성숙한 자세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고통분담의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만이 선거에 이기고 위기극복의
토대를 쌓는 길임을 다시한번 강조해둔다.

이번만은 기필코 과거와 같은 선거가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