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포커스] 진도 "정말로 억울하다"..살생부 수출 '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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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살생부" 소동이 한창이던 지난 13일(한국시간).
컨테이너및 모피 제조업체인 (주)진도 샌프란시스코 사무소에 한장의
E메일이 날아들었다.
박기조소장(이사) 앞으로 온 이 E메일은 진도에 1억2천만달러어치의
컨테이너를 발주한 미국의 텍스테이너사가 보낸 것.
텍스테이너사는 "한국 정부가 작성한 살생부에 진도가 들어있다는 보도가
있다"며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무디스가 19개 한국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낮추고 그에따라 한국의
상업은행들이 대출을 조여 기업의 대량부도가 우려되고 있다고 한다.
로이터통신은 협조융자를 받은 11개 기업(진도 동아건설 해태그룹이
특별히 거명됐음)이 첫번째 희생자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경쟁력이 없는 기업, 다시말해서 회생불가능한 기업은 신규대출이 거절되고
문 닫으라는 명령받을 수 있으며 대상기업은 이달말까지 통보받을 것 같다"
E메일에는 살생부 파동으로 어수선하던 한국의 당시 상황이 소상히 적혀
있었다.
텍스테이너사는 E메일 말미에서 "귀사와의 거래관계로 볼 때 박 이사가
직접 와서 상황설명하고 앞으로 어떻게 하는게 좋은지 함께 토론해 보자"고
요청했다.
상황이 심각한 것 같으니 책임자가 와서 설명하라는 호출이다.
샌프란시스코 사무소에는 비상이 걸릴 것은 뻔한 일.
서울 본사로 "거래선이 동요하고 있다"는 전문을 곧바로 띄우고 박 이사는
텍스테이너사로 출발했다.
본사에서도 김영진 사장이 직접 로이터의 근거없는 보도에 대해 항의하고
로이터의 사과를 받아냈지만 이미 얼질러진 물이었다.
텍스테이너사를 비롯한 전 거래선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로이터보도는
잘못된 것"이라고 일일히 해명, 불안감을 덜어주었지만 앞으로의 수주활동에
상당한 타격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진도 관계자는 말했다.
살생부파문이 수출전선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협조융자를 받은 기업은 정리대상 1호라는 소문이 퍼지고 해외언론이
이를 보도, 바이어들이 동요하는 바람에 이를 잠재우느라 많은 기업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진도의 "E메일 소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1,2월 5천만달러에 그쳤던 진도의 컨테이너 수주는 3월들어 1억6천만
달러로 늘어났다.
4월 수주실적도 괜찮은 편이다.
E메일이 날아들기 전까지만해도 컨테이너 수출물량이 지난해(7억2천만달러)
수준을 훨씬 웃돌 것으로 낙관했었다.
하지만 예기치않게 살생부 파편을 맞은 이후엔 사정이 달라졌다.
"일반 스틸컨테이너의 수요가 엄청나게 늘고 있고 진도의 컨테이너가
인정을 받고 있어 그럭저럭 버텨 나가고는 있지만 힘겹기만 하다"(김영진
사장)는 것이다.
김 사장은 "협조융자기업=부실기업=정리대상기업"이라는 "살생부"의 등식
때문에 수출기업이 멍들고 있다고 한탄한다.
그는 또 지난해 진도가 협조융자를 받게 됐던 것도 말이 협조융자이지
사실은 기존의 거래관계를 은행이 감안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거래은행인 서울은행이 30여년간 별다른 문제없이 거래해온 모범거래선에
대해 대출을 해주는 차원에서 돈을 대준 것이었지 부실기업 구제와는 차원이
다르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협조융자=부실기업"이라는 이상한 등식과 부실기업은 강제 퇴출시킨다는
정부의 으름짱으로 달러벌이의 최전선에 서있는 수출기업들이 흔들리고 있다.
< 채자영 기자 jycha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8일자 ).
컨테이너및 모피 제조업체인 (주)진도 샌프란시스코 사무소에 한장의
E메일이 날아들었다.
박기조소장(이사) 앞으로 온 이 E메일은 진도에 1억2천만달러어치의
컨테이너를 발주한 미국의 텍스테이너사가 보낸 것.
텍스테이너사는 "한국 정부가 작성한 살생부에 진도가 들어있다는 보도가
있다"며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무디스가 19개 한국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낮추고 그에따라 한국의
상업은행들이 대출을 조여 기업의 대량부도가 우려되고 있다고 한다.
로이터통신은 협조융자를 받은 11개 기업(진도 동아건설 해태그룹이
특별히 거명됐음)이 첫번째 희생자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경쟁력이 없는 기업, 다시말해서 회생불가능한 기업은 신규대출이 거절되고
문 닫으라는 명령받을 수 있으며 대상기업은 이달말까지 통보받을 것 같다"
E메일에는 살생부 파동으로 어수선하던 한국의 당시 상황이 소상히 적혀
있었다.
텍스테이너사는 E메일 말미에서 "귀사와의 거래관계로 볼 때 박 이사가
직접 와서 상황설명하고 앞으로 어떻게 하는게 좋은지 함께 토론해 보자"고
요청했다.
상황이 심각한 것 같으니 책임자가 와서 설명하라는 호출이다.
샌프란시스코 사무소에는 비상이 걸릴 것은 뻔한 일.
서울 본사로 "거래선이 동요하고 있다"는 전문을 곧바로 띄우고 박 이사는
텍스테이너사로 출발했다.
본사에서도 김영진 사장이 직접 로이터의 근거없는 보도에 대해 항의하고
로이터의 사과를 받아냈지만 이미 얼질러진 물이었다.
텍스테이너사를 비롯한 전 거래선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로이터보도는
잘못된 것"이라고 일일히 해명, 불안감을 덜어주었지만 앞으로의 수주활동에
상당한 타격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진도 관계자는 말했다.
살생부파문이 수출전선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협조융자를 받은 기업은 정리대상 1호라는 소문이 퍼지고 해외언론이
이를 보도, 바이어들이 동요하는 바람에 이를 잠재우느라 많은 기업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진도의 "E메일 소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1,2월 5천만달러에 그쳤던 진도의 컨테이너 수주는 3월들어 1억6천만
달러로 늘어났다.
4월 수주실적도 괜찮은 편이다.
E메일이 날아들기 전까지만해도 컨테이너 수출물량이 지난해(7억2천만달러)
수준을 훨씬 웃돌 것으로 낙관했었다.
하지만 예기치않게 살생부 파편을 맞은 이후엔 사정이 달라졌다.
"일반 스틸컨테이너의 수요가 엄청나게 늘고 있고 진도의 컨테이너가
인정을 받고 있어 그럭저럭 버텨 나가고는 있지만 힘겹기만 하다"(김영진
사장)는 것이다.
김 사장은 "협조융자기업=부실기업=정리대상기업"이라는 "살생부"의 등식
때문에 수출기업이 멍들고 있다고 한탄한다.
그는 또 지난해 진도가 협조융자를 받게 됐던 것도 말이 협조융자이지
사실은 기존의 거래관계를 은행이 감안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거래은행인 서울은행이 30여년간 별다른 문제없이 거래해온 모범거래선에
대해 대출을 해주는 차원에서 돈을 대준 것이었지 부실기업 구제와는 차원이
다르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협조융자=부실기업"이라는 이상한 등식과 부실기업은 강제 퇴출시킨다는
정부의 으름짱으로 달러벌이의 최전선에 서있는 수출기업들이 흔들리고 있다.
< 채자영 기자 jycha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