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로 들어선 이후 연봉제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있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등 삼성 계열 24사를 비롯 SK SK상사
동국제강 삼양사 아남반도체 동부화재등이 연봉제로 임금시스템을 바꿨다.

본사가 30대 그룹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8백15개 계열사중
1백59개사가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다.

5개사중 1개사 꼴로 이 가운데 55개사는 올들어 연봉제를 도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과 SK에 이어 현대등 다른 대기업들까지 연봉제 도입을 검토중이어서
연봉제는 앞으로 더욱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부설 노동경제연구원의 양병무 부원장은 "정리해고가
본격화되는 하반기부터는 연봉제 도입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들의 잇단 도산과 그에따른 고용환경의 변화가 맞물려 연봉제는 더욱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이라고 양 부원장은 덧붙였다.

지금은 대량해고 임금삭감의 시대다.

임금의 거품을 빼지않고는 IMF파고를 넘을 수없다고 기업들은 여기고 있다.

일선 인사담당자들의 계산을 빌리면 연봉제는 도입 초기에 약 20%의
인건비 절감효과를 가져다준다.

게다가 연봉제는 생산성 제고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업으로서는 연봉제로 눈을 돌리는게 당연하다.

대량해고와 임금삭감에 따른 평생직장 종신고용 체제의 와해로 근로자들도
이제는 연봉제를 피할 수없는 대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연봉제는 한햇동안 개인별 고과를 바탕으로 매년 회사측과 임직원 각자가
머리를 맞대고 이듬해 급여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실적이 좋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직원의 임금을 차별화하는 것이다.

같은 부장이라도 연봉이 최고 30%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92년 총액임금제 도입 추진 당시 논의가 됐다가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유보됐었다.

일부 외국계 업체들은 80년대에도 연봉제를 실시했었다.

그러나 국내 대기업으로선 지난 93년말에야 두산그룹이 첫 테이프를
끊었다.

국내 업체들이 그동안 연봉제를 도입하지 못한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사내 경쟁 보다는 화합을 중시했다.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사회풍토도 연봉제의 확산을 가로막았다.

노조도 존립기반의 붕괴를 우려해 도입을 강력 반대했다.

하지만 IMF한파로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기업으로서는 생존이 위협받고 있어 이것저것 따질만한 형편이 못된다.

무엇보다도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여야한다.

게다가 일부 신세대 사원들은 "먼저 들어왔다고 많이 받는" 연공급제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기도 한다.

국내에선 아직 연봉제를 정착시키기엔 과제가 많다.

우선 평가시스템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다.

특히 영업직과 달리 객관적인 수치로 실적을 매기기 어려운 사무직의
경우가 그렇다.

두산그룹이 실시한 사내설문 조사에서도 현행의 평가시스템을 불신하고
있다는 응답이 75%가 넘었다.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인 경우 연봉제 적용시 근로기준법의 저촉 여부를
가려내는 것도 난제다.

퇴직금제도와의 마찰도 최소화해야 한다.

퇴직금을 중간정산하지 않을 경우 퇴직금산정 기준 때문에 연봉산정이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

단체협상으로 "근로여건의 후퇴"를 원천봉쇄하려는 노조와의 협상도
문제다.

연봉제를 임금삭감의 도구라고 여기고 있는 임직원들의 선입견을 극복하는
것도 숙제다.

능력급제를 대표하는 연봉제 도입이 확산되면서 회사 내부의 풍토도
바뀌고 있다.

사원들은 평생직장의 환상을 버리고 있다.

기업들도 평생고용의 의무감에서는 벗어났지만 사원들의 예전같은
"충성심"을 기대할 수없게 됐다.

"우리 회사" 의식을 떠받쳐주었던 일사불란한 조직 체계도 흔들리고
있다.

과거와 같이 "회사일을 내일처럼" 해주길 기대할 수없게 됐다는 얘기다.

따라서 연봉제를 도입하더라도 이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있는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경우도 부작용을 우려해 모든 직종에 연봉제를 도입하지 않고있다.

일본의 일경련은 지난 95년 "신시대의 일본식 경영"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종업원의 고용형태를 다양화하라고 제안했다.

고용형태는 세가지다.

첫째는 "장기축적 능력 활용형"이다.

관리직 기획직 등이 이에 해당한다.

월급제나 연봉제를 적용할 수 있다.

둘째는 "고도전문능력 활용형"이다.

전문 숙력기술을 갖고 있되 반드시 장기고용해야할 필요는 없는 형태다.

임금체계로는 연봉제가 적합하다.

셋째는 "고용유연형"이다.

일반직 기능직 판매직 등이 적용대상이다.

연봉제는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주요기업 연봉제 도입현황 ]]

<>현대
-현황 : 미실시
-비고 : 계열사별 검토

<>삼성
-현황 : 전계열사
-대상 : 부장급이상
-비고 : 전자, 자동차, 카드, 화학소그룹은 과장급이상

<>대우
-현황 : 상반기중 실시
-대상 : 임원급
-비고 : 대상확대검토

<>LG
-현황 : LG텔레콤 등 3개사
-대상 : 전직원
-비고 : 계열사 확대 검토

<>SK
-현황 : SK(주).SK상사
-대상 : 자.부장급이상
-비고 : 단계적 확대실시

<>쌍용
-현황 : 쌍용투자증권
-대상 : 영업관련부서
-비고 : 상여금에서 차등적용

<>한진
-현황 : 대한항공
-대상 : 차장급
-비고 : 내년부터 차등적용

<>한화
-현황 : 한화종화 등 10개사
-대상 : 부장급이상
-비고 : 4월부터 과장급이상 확대

<>롯데
-현황 : 미실시
-비고 : 미정

<>금호
-현황 : 전계열사
-대상 : 임원급
-비고 : 4월부터 부장급이상 확대

<>동아
-현황 : 미실시
-비고 : 미정

<>두산
-현황 : 전계열사
-대상 : 과장급이상
-비고 : 대리급까지 확대검토

<>대림
-현황 : 전계열사
-대상 : 임원급
-비고 : 확대실시검토

<>한솔
-현황 : 미실시
-비고 : 미정

<>효성
-현황 : 전계열사
-대상 : 사무직직원
-비고 : 차등폭 확대예정

<>코오롱
-현황 : 전계열사
-대상 : 임원급
-비고 : 관리자급 이상 확대검토

<>동국제강
-현황 : 전계열사
-대상 : 관리직
-비고 : 생산직 확대 검토

<>동부
-현황 : 동부화재 등 5개사
-대상 : 과장급이상
-비고 : 점진적 확대 검토

<>대상
-현황 : 전계열사
-대상 : 대리급이상
-비고 : 차등폭 20%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