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오라클(사장 강병제)은 매달 "고객과의 대화"를 갖는다.

이 회사가 3년전부터 시작한 "정보기술(IT)세미나"가 그것.

이 세미나에서 오라클 제품 소개뿐만 아니라 선진 소프트웨어(SW)기술
동향 등을 두루 소개한다.

고객들의 불만을 듣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 회사가 한번에 2천만~3천만원이 드는 이 세미나를 갖는 것은 "국내
업체들과 함께 호흡해야 한다"는 강 사장의 경영철학에 따른 것이다.

그는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데서 벗어나 그들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찾아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그동안 세미나에 참석했던 고객 2만여명을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 매달 "신기술동향" 책자를 보내주고 있다.

한국오라클은 국내 시장여건에 맞지 않으면 본사의 방침도 거부한다.

본사가 개발한 DB개발 툴인 "워크그룹 2000"은 강 사장의 반대로 미국에서
발표된지 1년 뒤에야 국내에 소개됐다.

시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제품은 오히려 경영에 부담이 될 뿐이라는게
반대 이유였다.

이 회사는 지난 89년 설립후 고속 성장을 지속해온 국내 최대
패키지소프트웨어(SW) 전문업체.

DB관리 SW및 전사적자원관리(ERP), 데이터웨어하우징, 금융전산솔루션 등의
분야에서 두드러진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에는 5백50여명의 직원들이 1천억원 매출액을 돌파했다.

한국오라클이 지속적으로 성장할수 있었던데는 끊임없는 자기변신 노력이
뒷받침됐다.

이 회사는 조직이 불어날수록 권한을 하부조직으로 넘겼다.

"큰 회사의 작은 경영"이라는 경영모토에 따른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과.차장급 팀장으로 구성된 "오라클리더십커미티(OLC)"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40여명의 팀장들은 매월 한번씩 모여 토론을 벌인다.

정해진 주제는 없다.

회사운영 전반에 대해 브레인스토밍(아이디어 개진)하게 된다.

체육대회 개최부터 신제품개발 전략까지 대부분의 회사 현안이 이 회의에서
걸러진다.

강 사장은 "팀장 수준에서 회사 정책을 결정함으로써 초기의 유연성을
유지할수 있었다"며 "OLC는 미래의 경영자인 팀장들에게 경영수업 기회를
주는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회사 사정을 가장 객관적으로 바라볼수 있는 팀장들의 의사결정은 노사
양측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다.

OLC는 "경영지원 조직이자 노조"라는게 강 사장의 설명이다.

< 한우덕 기자 woody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