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도입하고있는 연봉제는 크게 두 종류로 구분된다.

플러스섬(plus sum)인 "두산형"과 제로섬(zero sum)인 "삼성형"이다.

플러스섬은 잘하는 사람에서 임금을 더 많이 주는 방식이다.

실적이 나쁜 사람이라도 연봉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이 경우 대체로 연봉산정방식이 "누적식"이다.

지난해 연봉이 기준이 된다.

제로섬의 경우 실적이 나쁜 부서,능력이 모자라는 사람의 급여를 줄이고
이를 실적좋은 부서와 사람에게 나눠준다.

산정기준은 매년 결정되는 직급의 평균 인상률이다.

제로섬 방식을 채택한 경우 대부분 "비누적식" 연봉산정방식을 쓰고 있다.

지난해의 연봉은 고려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에게 매년 공평한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패자부활식"이라고도
부른다.

대체로 IMF 이전에 "자발적으로" 연봉제를 채택한 기업들은 두산형이다.

경제위기 상황이 심화된 이후 합류한 업체들은 대체로 삼성형을 택하고
있다.

두산식 연봉제의 특징은 아무리 실적이 나쁜 사람이라도 임금은 줄어들지
않은다는데 있다.

두산은 이를 "제로섬 방식을 실시하는데 따른 직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못하는 부서, 능력이 모자라는 사람을 위축시키기 보다는 추가재원을
마련해서라도 실적좋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보상을 해주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인원감축 내지 퇴직유도 등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해줌으로써 실적이 나쁜 사람의 경우도 회사에 공헌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플러스섬 형태의 연봉제는 대체로 같은 직급의 경우 기본연봉은 같이주고
성과에 따라 가산금을 더주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두산의 경우 기본급에 직위수당 직책수당 가족수당을 더한 것을
공통연봉으로 책정한다.

여기에 성과에 따라 연봉의 10% 범위내에서 "+"를 지급한다.

대상그룹도 비슷하다.

연공급과 직무급은 다같이 받고 능력급과 업적급만 별도로 지급하고
있다.

두산의 연봉제는 직원들 사이의 위화감을 줄이는데 많은 신경을 썼다는
점에서 "한국식"연봉제라는 꼬리가 달려있기도 하다.

이에 비해 삼성형 연봉제는 보다 철저한 편이다.

프로스포츠계의 연봉개념과 유사하다.

철저한 가감방식을 적용하고 있는 일본 기업들의 연봉제와도 골자는
비슷하다.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차별이 분명하다.

실적좋은 사람에게 주는 가산금은 못하는 사람에게서 떼낸 돈이다.

지난 4월부터 과장급이상을 대상으로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최고 등급인 A와 최하위인 E등급은 연봉차이가 최고 40%까지 벌어진다.

효성생활산업의 경우도 고과등급에서 "도태"를 의미하는 최하등급인
"C"를 받을 경우 임금이 깎인다.

삼성형 연봉제에선 매년 다시 결정되는 연봉산정의 기준 자체가
"제로 베이스"다.

지난해의 연봉은 참고하지 않는다.

각 직급별로 회사가 정한 표준임금이 기준이다.

비누적식 산정방법으로 매년 새로운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게 장점이다.

올들어 연봉제를 도입한 상당수의 업체들이 삼성식 연봉제를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삼성형이 많이 채택되고는 있지만 국내에선 앞으로도
상당기간 두산형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들어 차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연봉제를 실시 중인 SK그룹을 보면 특히
그렇다.

SK는 여전히 플러스섬을 고집하고 있다.

고과별 격차도 고정적인 것이 아니다.

경영실적이 좋으면 잘한 사람에게 더 많이 주고 나쁘면 별차이를
두지 않고 있다.

연봉제를 중심으로한 능력급제가 확산되더라도 한동안은 "한국식"이
계속될 것이란 얘기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