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총무팀의 김 차장은 요즘 새로운 일거리가 생겼다.

지난 4월 연봉제가 도입된후 과장들의 업무실적을 평가하는 일이다.

어느 과장은 우수하고,어느 과장은 덜 우수하다며 순서를 매기는 일이
여간 곤혹스럽지 않다.

더욱이 신임 이 과장은 아직까지 자신에 대한 평가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김 차장은 이 과장의 고과를 중간등급인 "다"로 매겼으나 이 과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장이 나서서 이 과장을 설득시키고 있으나 김 차장은 상급자로서 마음이
영 개운치 않다.

"연봉제의 성패는 평가를 얼마나 객관적으로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상사는 부하직원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해야하고 부하직원은 이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조성돼야하지요"

삼성그룹 노진식 인사담당이사는 연봉제 도입이후 사무실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면서 평가업무가 관리직 간부들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있다고
말했다.

연봉제의 성공여부는 평가에 달렸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연공서열제도 아래서는 평가결과에 관계없이 임금이 결정됐으나
연봉제에서는 평가가 곧 임금으로 이어진다.

이에따라 연봉제를 도입하고있는 회사에서는 삼성전자의 김 차장과
이 과장처럼 평가결과를 놓고 충돌하는 상황도 자주 빚어진다.

평가업무 자체가 어느정도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이뤄지는 속성때문이다.

개인의 능력이나 실적을 객관적인 수치로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많은 기업들이 연봉제의 도입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섣불리 도입하지
못하고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종업원 2천명인 A사의 연봉제 설문조사에서도 이러한 사정은 나타난다.

이 회사의 조사결과 직원의 57%가 연봉제 도입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24.4%는 반대, 나머지 18.6%는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반대하는 직원들은 반대이유로 55.7%가 객관적이고 공정하지
않은 인사평가때문이라고 응답, 평가제도에 대한 강한 불신감을 나타냈다.

이 회사는 결국 평가제도를 대폭 개선하면서 연봉제를 도입했다.

종래의 연공서열제도에서 운영되고있는 평가제도로는 연봉제 도입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기업들은 평가의 객관성 공정성을 확보하기위해 연봉제를 도입하면서
새로운 평가제도를 마련하고있다.

대표적인 제도가 목표관리시스템이다.

이 제도는 부하직원과 상급자가 업무 목표를 미리 정한후 달성도에
따라 평가등급을 결정하는 것.

상사와 직원이 매년초에 목표와 이의 달성도에 따른 평가등급을 사전에
함께 정해 놓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연말에 평가등급을 놓고 상하간에 논란이 일어나는 여지를 없앨수있다.

또 목표를 함께 정하기때문에 부서 업무와 개인 업무를 서로 조화시킬수
있는 이점이 있다.

목표를 정한후 매월 또는 분기별로 목표달성정도를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수정해야하므로 상하간에 커뮤니케이션을 활발하게 하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도 가져온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하기위해 평가자에 대한
교육프로그램도 별도로 마련해놓고 있다.

자칫 감정을 앞세워 평가했을 경우 유능한 인재를 사장시키는 결과를
가져올수 있어 평가자에 대한 평가교육을 강화하고있는 추세다.

국내 대기업중 처음으로 연봉제를 도입한 두산그룹은 매년말 모든
관리직 직원을 대상으로 그룹연수원에서 평가 교육을 시키고있다.

이 교육은 평가자들에게 고과요소의 개념을 명확히 파악토록해 평가할때
감정이 개입하지 않도록 하고있다.

두산은 이 교육프로그램을 철저한 실습위주로 진행하고 있으며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체들은 평가능력의 향상과 함께 평가방법에도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지난 4월 연봉제를 도입한 삼성그룹은 잘못된 평가로 인한 부작용을
최대한 줄이기위해 4면평가제도를 마련했다.

4면평가제도란 특정인을 상사는 물론 주위동료 부하직원들도 평가토록
하는 것.

상사가 너무 높게, 아니면 낮게 평가했는지를 파악할수 있도록 특정인의
동료 부하직원들도 평가하도록 하고있다.

물론 부하의 상사에 대한 평가는 계열사 자율에 맞겨 반드시 시행되는
것은 아니고 시행하더라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하도록 하고있다.

그러나 삼성측은 이 제도를 마련해 둠으로써 그만큼 객관성을 확보할수
있다고 말하고있다.

양병무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연봉제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인사고과제도의 개발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 박주병 기자 jbpar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