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4년 영국 노예상인과 일본 거간꾼의 농간에 속아 멕시코 애니깽(용설란)
농장으로 이민간 1천34명의 조선인들.

노예나 다름없던 그들의 삶은 88년 극단 신시를 창단한 김상열씨의 연극
무대를 통해 알려졌다.

급조된 소설이 나올 정도로 화제였던 애니깽이야기는 영화로도 제작됐으나
판권시비와 현지촬영중의 사고로 인해 다시 기억저편으로 밀려났다.

그 애니깽 이야기가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서울예술단이 6월2일~7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무대에 올릴 뮤지컬
"애니깽".

이번 무대는 무능한 통치권력에 의해 희생된 당시 민초들을 위한 한판의
씻김굿이다.

채이고 버림받아도 꺽이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진 삶속에서 되풀이되는
역사의 시련을 극복할수 있는 힘을 찾는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원작자 김상열씨는 "무능한 통치권력에 의해 희생된 백성들을 일으켜
세울수 있는 것은 바로 그들 자신의 신념과 뚝심이란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뮤지컬의 주무대는 쓰러져가는 조선과 멕시코의 애니깽농장.

조선인들이 영국선박 일포드호에 실려 제물포항을 출발하는데서 시작한다.

애니깽농장에서의 노예같은 생활과 조선왕조의 실패로 끝난 진상조사,
그리고 견디다 못한 조선인들의 탈출과정을 그린다.

우여곡절 끝에 10년만에 제물포항에 도착한 2명의 조선인.

그들은 그러나 일본에 의해 점령당한 조국땅에서 밀입국자로 잡혀 투옥된다.

연출은 유경환씨가 맡았다.

박수칠 시간조차 없을 정도의 빠른 무대전환과 극전개로 관객의 시선을
붙든다는 구상이다.

안무는 박명숙 경희대교수, 미술은 송관우 한국무대미술대표가 맡았다.

김정택씨(SBS악단장)가 36곡의 음악을 새로 썼다.

송용태 박철호 이정화 등 서울예술단 단원들이 호흡을 맞춘다.

6월2일 오후 7시30분, 3~5일 오후 4시, 7시30분, 6~7일 오후 3시, 6시.
3, 5일 오후 4시 공연수익금은 실업기금으로 내놓는다.

9~10월중 지방공연을 하며 관객반응에 따라 멕시코 현지무대에도 올릴
예정이다.

523-0845.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