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새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해외언론들의 시각이 싸늘하게 변해가고
있다.

경제전문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와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는 최근호에서
김대중정부의 경제정책이 표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계가 들먹이고 대기업 개혁등이 지지부진한 것은 정부의 일관된 정책이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동안 우리 정부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것과는 영 딴판이다.

해외언론들은 그동안은 주로 금융권과 기업 노동계 등 소위 "개혁대상"에
비판적이었다.

그러나 개혁이 점차 지지부진해지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정부의 오락가락
하는 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해외언론들의 도마에 오른 사례중 대표적인 것은 소위 협조융자.

리뷰지는 김대중대통령이 살릴 기업들을 골라내고 나머지는 퇴출시키겠다고
말했지만 정부의 태도는 여전히 이중적이라고 지적했다.

부실기업과 금융기관을 도산시키겠다는 "말"은 계속 하면서도 뒤로는
무너질 기업들에 돈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

리뷰는 정부가 은행에 협조융자를 해주도록 압력을 넣는 것은 결국 기업과
은행 모두를 망치는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1일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한국의 은행들에 대한 신용등급
을 낮춘 것도 이같은 잘못된 관행에 대한 대가라는 것이다.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서도 해외언론들은 머리를 흔들고 있다.

기업들에 대해서는 구조개혁을 하라고 채찍질 하면서 한편으로는 정리해고
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앞뒤가 안맞는다는게 이들의 시각이다.

대기업들은 구조개혁이 지지부진하다고 비판받고 있지만 이같은 정책방향
속에서는 제대로된 개혁을 할 수 없다는 것.

정부가 대기업보고 개혁하라고 다그치지면서 한손으로는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또 실현성을 고려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나오는 정부정책도 많다고 꼬집었다.

이코노미스트는 2조원규모의 실업기금을 추가로 조성하겠다는 한국정부의
발표를 사례로 들었다.

애초에 만들기로 했던 7조9천억원의 기금을 마련하는 데도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인데 2조원을 추가로 조성하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해외언론들은 물론 정부정책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김대중정부는 아직
대다수 한국민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여소야대 구조속에서 힘을 발휘하는데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고도
지적했다.

"한국정부는 아직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는 리뷰의 기사는 그들도 한국민
만큼이나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 조주현 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