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이 요즘 가장 싫어하는 단어는 "갈팡질팡" "혼란" 등이다.

신문지상에서 이같은 보도가 눈에 띄면 국무회의나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에 즉각 긴장감이 돌곤 한다.

김 대통령이 18일 6명의 수석비서관 가운데 3명을 임명한지 84일만에 전격
바꾼 것도 이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여전히 다른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 한다.

청와대 비서관들 조차 출입기자에게 배경을 물어올 정도이다.

청와대 수석은 대통령의 핵심측근이어서 특별한 잘못이 없는한 경질된 적이
없었던 까닭이다.

이번 인사에서 밀려난 듯한 김태동 정책기획수석과 문희상 안기부 기조실장
은 볼멘 목소리로 다시한번 ''충성''을 다짐하고 있다.

이들은 "대통령 말씀"에 너무 충실히 따르는 순진함 때문에 문제가 된 감이
없지 않다.

김 대통령은 당시 "정부부처를 좌지우지해서는 안되며 대통령의 눈과 귀와
머리가 되어 달라"고 주문했다.

아이디어 뱅크가 되어야지 손 발이 되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대통령은 경제위기 속에서 취임 80일을 넘기면서 이상은 현실과
다르며 "장악"할 수 있는 수석비서관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같다.

완벽을 추구하며 "모양새"에 신경써온 김 대통령이 인사 난맥상에 대한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번 인사를 단행한 것은 용단으로 볼수 있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여론과 이상보다 복잡미묘한 현실에 보다 가깝게 접근
하는 국정운영을 기대해 본다.

김수섭 < 정치부 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