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년 4월 체코 프라하에서는 낭보가 날아들었다.

한국팀이 제5회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처음 준우승을 차지하고
박신자선수가 MVP로 선정된 것.

한국딸들의 쾌거는 FM라디오도 귀하던 시절 온국민에게 내일에 대한
희망을 불어넣었다.

박선수는 63년 페루대회에서 동양인 최초로 베스트5에 뽑힌데 이어 이
대회에서 최우수선수가 됨으로써 세계적인 농구스타에 올랐다.

같은해 미국 뉴욕에서는 바이얼리니스트 정경화가 레벤트리트콩쿠르에서
우승, 한국인의 탁월한 예술성을 세계에 알렸다.

정경화는 이후 국제무대에서 맹활약, 82년 영국 선데이타임스매거진이
뽑은 "20년간 가장 위대한 활동을 한 사람"에 드골, 존 레넌, 제인 폰다,
도밍고와 함께 들었다.

탁구선수 현정화는 93년 스웨덴에서 열린 제42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단식부문을 제패했다.

바이얼리니스트 장영주는 9살때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첼리스트 장한나는 11살때 제5회 로스트로포비치
첼로콩쿠르에서 대상을 받았다.

어제는 우리의 박세리(21)가 미국 4대 여자프로골프 메이저대회인
98맥도널드 LPGA에서 1위를 차지, 세계무대에 한국의 딸의 우수성을 다시
보여줬다.

박세리의 우승은 IMF시대를 맞아 잔뜩 주눅든 국민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는 점에서 더욱 높이 평가된다.

이번 승리는 또 가능성있는 선수를 찾아 지원을 아끼지 않은 기업과
그같은 기대에 부응하고자 최선을 다한 선수의 합작품이라는 면에서도
치하할 만하다.

후원사인 삼성의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끝까지 푹 눌러쓰고 있는 박세리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사람을 키우고 열매가 빨리 맺지 않는다고 성급하게 포기하지 않을 때
얻어질 수 있는 성과를 입증한 셈이다.

한사람의 승리는 뚜렷한 신념과 피나는 훈련의 결과라는 점에서 일단
축하하고 격려할 일이지만 같은 길을 가는 많은 다른사람들에게 비전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의를 갖는다.

이번 우승은 박세리 골프인생의 또다른 시작일 뿐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다"는 박세리의 앞날에 더욱 큰 빛이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