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르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19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가능한 빠른
시일안에 개각과 조기총선을 실시한 뒤 자신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수하르토의 이같은 발표가 전해지면서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와 주가가
폭등한 것은 물론 일본 엔화와 홍콩 등 동남아시아 인근국들의 주가가
일제히 반등하는 등 아시아 금융시장은 회복세로 돌아섰다.

수하르토 대통령은 이날 TV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인도네시아가 새로운
정치시대를 준비할 수 있도록 당분간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며
"그러나 국회를 구성하기 위한 총선을 조속히 실시하고 국회가 대통령과
부통령을 선출하는대로 사임하겠다"고 발표했다.

수하르토 대통령은 "다음번 대통령엔 출마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선 현행 헌법에 따르겠다고만 밝혀 사임시기는 분명히
하지 않았다.

수하르토는 또 국가와 민족을 보호하기 위해 사회지도자와 학자들로
개혁위원회를 구성하고 선거법과 정당법, 반독점 및 반부패법 등을 신속하게
정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하르토 대통령이 앞으로의 정치일정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데다
"다음번엔 출마하지 않겠다"는 말을 자주 해온 점 등을 들어 학생들과
지식층에선 그의 말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국민협의회 구성과 총선등에 6개월이상 걸려 상황이 호전되면 재장악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따라 학생들은 20일로 예정돼 있는 시위를 강행하기로 했다.

한편 수하르토 대통령의 담화가 나오면서 일본 엔화가 반등세를 보이고
홍콩 뉴질랜드 태국 등의 금융시장도 안정세로 돌아서는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금융시장은 눈에 띠게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환율은 이날 오전 한때 달러당 1만7천루피아까지
절하됐었으나 담화발표 후 1만루피아까지 회복됐고 주가도 6%나 올랐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