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이 가파른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세계경제의 안정성장을 위협할 정도로 엔약세가 심각하다.

달러당 1백35엔을 지나 1백36엔선까지 내려와 있다.

이 추세라면 이달중에라도 1백40엔선이 깨질 것이라는 진단을 내리는
전문가들도 있다.

엔은 19일 도쿄시장에서 1백36엔선에서 오르내렸다.

앞서 뉴욕시장에서는 한때 1백36.38엔까지 내려갔다.

마감무렵 낙폭이 좁혀졌지만 여전히 지난 91년9월6일(1백36.5엔)이후
가장 낮은 1백36.27엔을 기록했다.

한동안 1백30엔주변에서 움직이던 엔시세의 이같은 급락은 여러
요인들이 얽히고 설힌 결과다.

인도네시아사태로 인한 동남아통화폭락, 일본경기침체, 엄청난 미.일
경제력차, 선진국들의 소극적인 환율안정대책, 미국 금리인상움직임과
일본 금리인하가능성등 엔약세 요인들은 도처에 깔려있다.

엔강세요인은 거의 없다.

현재로는 인위적인 시장개입이 유일한 엔회복책이다.

엔하락 요인들중 굳이 우선 순위를 매긴다면 인니의 정국혼란이 맨 앞이다.

인니경제가 마비상태에 빠지자 인니에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한 일본의
피해가 가장 클것이라는 우려는 엔하락세의 중심에 서있다.

급전직하하는 루피아화가 링기트 바트 싱가포르달러등 아시아통화들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도 엔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 주말 선진8개국(G8)정상회담에서 엔회복방안이 언급되지 않은 것은
두번째 요인으로 올릴 만하다.

엔회복책이 나오지 않자 외환투자자들은 엔이 더 떨어져도 미국이
협조시장개입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판단, 마음놓고 엔을 팔고 달러를
사들이고 있다.

미국이나 독일의 협조없이 일본 혼자 시장에 개입해봐야 별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실제로 지난달 초 일본은행이 1백80억달러를 투입, 엔화를 매입했지만
효과는 며칠 가지 않았다.

엔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통화 약세는 세계경제의 어두운 그림자다.

아시아통화가치가 떨어지면 국제자본의 동남아 이탈이 가속화돼
이 지역경제 회복은 더 어려워진다.

아시아 경기침체 장기화는 세계경제의 부진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도 우려스런 일중 하나다.

동남아 통화가치가 계속 떨어지면 중국은 수출경쟁력 저하를 막기위해
위안화를 평가절하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아시아통화는 더욱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앞으로 엔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달러당 1백40엔이 가시권안에 들어왔다고 지적한다.

16조엔이 넘는 경기대책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회복되기에는 일본상황이
너무도 안좋다는 이유에서다.

더구나 일본이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리고 미국은 반대로 경기과열을
막기위해 금리를 올릴 경우 엔하락세는 더욱 가파라진다.

다행히 수하르토대통령의 하야표명으로 인니사태가 수습되겠지만
그렇다해도 근본적인 엔약세기조는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 이정훈 기자 leeh명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