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열리는 경제대책 조정회의를 앞두고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위원회가
정면으로 맞붙었다.

구조조정을 위해 발행될 예정인 공채 금리를 둘러싼 공방전이 그것.

구 재경원이 해체되고 기획예산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이 마찰을 빚고 있는 것이다.

구조조정의 총론에는 이론이 없으나 각론에 들어가서는 부처간에 견해차가
드러나고 있음을 읽게 한다.

정부는 구조조정을 위해 향후 5년간 50조원이상의 공채를 발행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성업공사의 부실채권정리기금을 26조원, 예금보험공사의 예금보험기금을
25조원이상으로 각각 증액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예산 70조원에 비해 결코 적지 않은 규모이다.

구조조정재원용으로 발행할 채권의 규모와 금리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개혁의 성패가 달려있는 셈이다.

우선 구조조정 재원규모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기획위원회는 가능한한 줄이려는 입장인 반면 재경부는 필요한 만큼
늘리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물론 구조조정이 최우선 과제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상태다.

보다 큰 문제는 채권 발행금리에서 야기됐다.

재경부가 공채발행 금리를 실세금리수준에 책정하려는 반면 기획예산위원회
는 재정부담을 이유로 낮은 금리를 주장하고 있다.

양측은 그동안 수차례 조율과정을 거쳤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재경부의 정건용 금융정책국장과 기획예산위의 김광림 재정기획국장은
19일에도 만나 절충을 벌였으나 서로의 입장차이만 확인했다.

양측은 결국 20일 열리는 경제대책조정회의에 재원조달방안을 따로 보고한
뒤 김대중대통령의 결정에 맡기기로 했다.

<> 재경부의 입장 = 일단 성업공사가 발행하는 부실채권정리기금 채권
26조원은 별 논란이 없다.

금융기관의 부실채권과 맞바꾸기 때문이다.

부실채권의 인수가격이 정해지면 해당하는 금액만큼의 채권을 건네주면
된다는 얘기다.

문제는 예금보험공사가 발행할 25조원이상의 채권이다.

이 채권의 판매대금은 예금자보호 외에 금융기관에 대한 증자나 대출용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재경부는 이 채권을 가능한한 일반인들에게 많이 팔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은행이 인수케 되면 통화증발과 함께 물가에 많은 부담을 준다는게
이유다.

따라서 채권발행금리는 시중우대금리(11-12% 수준)를 기준으로 실세금리에
연동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금리를 기준으로 할때 연 15% 안팎을 보장하는 셈이다.

<> 기획예산위의 입장 = 실세금리수준으로 채권을 발행할 경우 이자부담이
너무 많이 늘어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 15% 안팎의 실세금리로 25조원이상의 예금보험기금 채권을 발행할 경우
연간 4조원이상의 이자부담이 발생한다고 추산한다.

그렇지 않아도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확대되는 판이다.

실업재원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연 10% 미만의 한자릿수 금리를 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금리수준에서 비실명으로 발행해 보고 그래도 팔리지 않으면 한은이
전부 인수하면 된다는 것이다.

앞으로 실세금리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곁들이고 있다.

물가에 부담이 된다고는 하지만 재정적자가 확대되면 그 이상의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국민의 비싼 세금을 무한대로 구조조정에 사용할 수는 없다는게
기획예산위의 최종판단이다.

< 조일훈기자 ji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