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계에서는 농담삼아 여배우의 일생을 그녀가 등장하는 CF종류에 따라
분류한다.

인기 절정일 때 출연하는 것은 화장품CF.

여배우라면 누구나 탐내는 자리다.

나이가 조금 들면 냉장고 세탁기 등을 쓰는 신혼주부로, 이후엔 아기에게
음식을 마련해주는 자상한 엄마 역할을 맡는다.

종착역은 약광고.

"아이구 허리 아픈데는 <><>이 최고"라는 식이다.

그렇다면 최명길 원미경 이미숙 등 최근 줏가를 올리는 미시모델들의
위치는 어디쯤일까.

화장품의 단골 모델이던 이들은 최근 백화점 식품 등의 광고에 돌아와
원숙미를 뽐내고 있다.

"용의 눈물"의 중전 최명길은 출산 이후 처음으로 전통 장류업체인
해찬들의 기업PR 광고에 출연했다.

엄마가 된 후 아기에게 느끼는 따뜻한 사랑을 기업이미지로 연결했다는
평이다.

CF를 만든 제일기획은 "출산후 조리를 위해 50여일간 기다린 후 촬영했다"
며 "6월말 방영될 후속편은 아기의 백일잔치를 소재로 해서 만들겠다"고
말했다.

80년대의 인기여배우 원미경은 신세계백화점 광고에 만삭의 몸으로
등장한다.

나른한 오후 지루함을 떨치려면 신세계백화점이나 가보자는 내용이다.

영화 "정사"에서 신세대 이정재와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나누는 유부녀로
화려하게 컴백한 이미숙은 최근 맥심커피 광고에 역시 미시 패션모델 변정수
와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이밖에 전인화(데이콤 002), 하희라(LG황토방) 등도 인기있는 미시탈렌트
모델들이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여배우가 결혼하면 인기가 떨어진다는 것은 옛말"
이라며 "사회가 다양해지는 만큼 여배우의 활동범위가 앞으론 크게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