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내 금융회사를 사금고화해 부실계열사에 불법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1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 개인용도로 사용한 대기업 경영주와 자금담당
임원이 검찰에 구속됐다.

서울지검 특수1부(문영호 부장검사)는 19일 재계순위 31위의 극동그룹
김용산회장과 계열사인 동서증권 김관종 전사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또 김회장의 3남인 국제종합건설 김세중 부회장과 이 회사 자금담당 유종환
상무를 특경가법위반(횡령)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 금융기관의 사금고화

김 회장 등은 지난해 6월부터 12월동안 동서증권을 통해 국제종합건설 등
계열사에 담보나 대가없이 모두 1천4백42억원을 지원했다.

증권사는 특수관계에 있는 계열사에 대한 자금대여와 신용제공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한 증권관리위원회(현 금융감독위원회)의 재무건전성 준칙명령을
위반한 것.

동서증권은 지난해 7월 한국종합금융(주)에 예금을 가입한 뒤 이를 담보로
극동건설 등 모기업에 모두 1천1백2억원을 지원했다.

또 지난해 9월 계열사인 동서팩토링이 발행한 기업어음(CP)을 지급보증해
주는 방법으로 3백40억원을 지원, 특수관계인에 대한 신용공여 금지를 위반
했다.

동서증권은 결국 이같은 방만한 자금운용으로 지난 2월 금융기관 최초의
부도와 3천억원에 달하는 고객예탁금 인출사태를 맞게 됐다.

또 차입금 3천48억중 2천억원은 아직 갚지 못한 상태다.

<> 비자금 조성

김세중 부회장은 국제종합건설이 5년연속 적자상태임에도 매년 20억원씩 총
1백5억원 가량의 비자금을 조성,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김 부회장은 이중 22억원을 퇴직임원에 대한 전별금과 소득세 대납, 개인
사교비 등으로 사용했다.

또 김 부회장 개인의 지분확대를 위한 자사주 매입대금으로 23억원이 지출
됐다.

나머지 60억원은 임원용 접대비, 공사현장 활동비, 직원격려금, 명절선물
구입비및 공사수주 추진비 등으로 나갔다.

그동안 이 회사 부채규모는 3천4백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김 부회장은 연간 비자금 조성 목표액을 정한 후 하도급업체와 실제공사비
보다 높게 이중계약을 체결하거나 인건비나 외주비 등을 부풀려 계산하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마련했다.

전액 현금으로 수금된 돈은 전담직원 1명을 통해 임직원 명의의 48개
차명계좌를 통해 관리됐으며 지출후 영수증 등 관련서류는 일체 파기토록
했다.

[] 계열사 처리 어떻게

현재 화의절차를 밟고 있는 국제종합건설은 법정관리로 변경신청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주의 불법행위 등으로 인해 파탄에 이른 경우 신청을 기각토록 개정화의법
은 규정하고 있다.

동서증권은 현재 추진중인 미국 호라이즌사와의 인수협상에 따라 영업재개
여부가 결정될 운명이다.

현재 법정관리절차를 밟고 있는 극동건설은 김 회장이 사법처리됨에 따라
보유주식의 소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개정회사정리법에 따르면 고의적인 부실경영의 책임이 밝혀질 경우 대주주
보유주식의 3분의 2 이상을 무상소각케 돼있다.

< 이심기 기자 sg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