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정상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골프여왕" 박세리의 중.고교 시절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반 등수를 뒤에서부터 꼽으면 다섯번째안에 들만큼 하위권을 맴돌았다.

초등학교시절에는 전과목 "수"를 받을 정도로 공부 잘하는 아이였다.

그러나 운동과 공부에 둘다 우등생이 되기는 어려웠다.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박은 "골프우등생"의 길을 택했고 세계를 품에
안았다.

고졸출신 박세리의 성공스토리는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새삼 일깨워 주고
있다.

서열화된 대학과 입시지옥.

성적만능주의와 획일화된 수업.

많은 시간과 돈을 써가며 대학을 마쳐도 남는 건 없다.

쓸만한 기술 하나 배우지 못한다.

법과대를 나와도 소장하나 제대로 못쓰는게 우리 교육의 현실(윤명선
경희대 법과대학장)이라는 말이 과장은 아니다.

교육의 부실이 사회전체의 부실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에 따라 국내 중.고교와 대학들도 성적위주의 학생선발 관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각종 특기생에게 대학문호를 넓혀가는 중이다.

골프 바둑 외국어 등 분야는 넓다.

넓은 만큼 기회도 많다.

서울 시내 중.고교에는 1백88명의 골프특기자 제2의 박세리를 꿈꾸고 있다.

남학생의 경우 중학교 37명, 고교 95명이고 여학생은 중학교와 고교에
각각 28명씩이다.

아예 골프학과를 만든 학교도 있다.

진주상고는 지난 3월 국내 고등학교 처음으로 골프학과를 설치, 26명(남자
24, 여자 2명)을 뽑았다.

제주도교육청도 골프장이 많은 지역특성을 살리기 위해 99년중 도내 1개
실업고에 골프관리학과를 설치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대학은 특기생들에게 더욱 다양한 기회를 주고 있다.

전문대학의 경우 서일대(구 서일전문대) 제주산업정보대(구 제주관광전문대)
등에 골프관련 학과가 있다.

특히 제주산업정보대는 지난 98학년도 입시부터 관광골프학과(야간)를
신설, 80명씩을 뽑고 있다.

일반대학은 전국에서 30여개가 체육학과를 중심으로 한국판 "타이거 우즈"
를 육성하고 있다.

한국체대가 13명으로 가장 많고 경희대 9명, 경원대 6명, 건국.경기대 5명
등 전국적으로 1백명에 달한다.

골프만이 아니다.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서강대 경희대 등 대부분 대학에서 수학.과학.
정보특기자와 문학.바둑.외국어.컴퓨터 등의 인재를 뽑고 있다.

특기생들에게는 대학문도 그만큼 넓다.

그러나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도 그 문이 좁고 분야도 제한적이다.

< 이건호 기자 leek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