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보이는 것이 실력이다.

본인이 아무리 부인해도 보이는 모습이 불안하면 마음이 불안한 것이고
표정이 고뇌에 차 있으면 압박감에 시달리는 것이다.

바로 그런면에서 박세리는 다른 선수들과 뚜렷이 구별됐다.

박세리는 경기내내 넉넉했다.

버디퍼팅이 빠져도 그저 아쉽다는듯 싱긋 웃는 수가 많았고 짧은 퍼팅이
안들어가도 절대 신경질적인 제스처는 없었다.

박세리는 "속상하다"는 단순함은 있었을지 모르지만 골프에 영향을
끼칠만큼의 중압감은 적어도 겉으로 표현되지 않았다.

마지막라운드 중계를 볼때 마음을 졸인 사람은 박세리라기 보다 오히려
한국의 시청자들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녀의 우승은 그같이 "겉으로 나타나는 여유"에 기인할지 모른다.

이번대회 2위를 한 도나 앤드류스같은 선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박은 그녀를 귀찮게 하는 많은 것들을 아주 손쉽게 다루는 능력이 있다"

그같은 얘기는 바로 "영원히 변치않는 박세리의 지향점"을 대변한다.

박은 지난 95년 삼성세계여자선수권이후 줄곧 "나는 언제나 자신이 있고
필요한건 경험뿐이다"라고 말했다.

그것은 자신의 골프로 얼마든지 세계와 겨룰수 있다는 확신이었다.

그같이 일관된 자신감과 확신이 있었기에 그녀는 자신의 관점에서 모든
것에 대처할수 있었고 필드에서도 당당할수 있었을 것이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보다는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세상 모든일을 좌우하는 법.

목표와 의지가 뚜렷하면 언제나 그 보답을 받는 법으로 그것은 골프에서도
절대 변함이 없다.

< 골프전문기자 hkgolf@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