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중소기업 정책방향이 변하고 있다.

김대중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된 중소기업특별위원회 박상규 위원장(장관급)은
요즘 공무원들을 만날때마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중소기업인들이 피부로
느낄수 있는 행정을 펴 달라"고 주문한다.

현장민원실을 구성, 대구 광주 등 전국을 돌도록 한 것도 말뿐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중소기업 정책을 현장 중시형으로 탈바꿈 시키겠다는 뜻이다.

중소기업에 불공정 거래행위를 해온 대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다음달
부터 실시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일로 위원장 취임 한달째를 맞은 그를 찾아 중기 정책의 현안과 해결
방안 등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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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김형수 < 산업2부장 > ]

-새 정부 출범후에도 중소기업 정책이 현장까지 전달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중소기업 문제는 어느 한 부처의 노력만으로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대통령 직속으로 중기특별위원회를 설치한 것도 관계부처간 협의와 조정을
통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입니다.

특위는 대통령에게 정책을 건의하는데 머물지 않고 필요하다면 여당과
협의해 법 개정도 추진, 중소기업인들로부터 "정말 달라졌다"는 소리를
듣도록 하겠습니다"

-신정부 출범과 함께 어음제도 폐지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데요.

"어음제도의 폐해가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납품대금으로 받은 어음이 휴지조각이 돼 피해를 보는 중소기업이
많습니다.

더욱이 요즘은 납품대금에서 어음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예전의 70%에서
90%로 높아지고 기일도 장기화 돼 중소기업의 연쇄부도를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음제도 폐지론도 나오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어렵습니다.

오랜 관행이기 때문에 당장 없애면 문제가 일어 날 수 있습니다.

물건을 살때 값을 모두 현금으로 치르는 기업이 드물기 때문에 물건이
안팔려 기업경영이 마비될수 있습니다.

은행에도 문제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어음발행기한을 3개월 1개월 등으로 차츰 줄이는 등 단계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어음제도를 완전히 폐지할때까지 1년6개월~2년은 족히 걸릴 겁니다.

그동안은 어음을 남발하는 제도의 역기능을 보완하는데 주력할 생각입니다.

특위내에 어음제도 개선분과위원회를 설치, 다양한 개선방안을 연구중
입니다"

-당장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은 어떻게 지원할 생각입니까.

"현재의 자금지원 정책을 근본적으로 뜯어 고칠 생각입니다.

자금여건이 좋은 기업은 대출을 받아내고 진짜 돈이 필요한 기업은 돈가뭄
현상을 겪고 있는 현실을 개선해야 합니다.

이를위해 신용보증기관이 기업 입장에서 운영되도록 하겠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당국의 현장조사를 지속, 금융기관의 꺾기 관행을
타파할 것입니다.

금리를 낮추고 신용보증을 확대하며 대출자금의 상환기한을 연장하는데도
힘쓰겠습니다"

-중소기업 전담은행 설치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원활한 자금지원을 위해 전담은행 설립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많은 금융기관의 어려운 현실과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감안할
때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중소.중견기업도 구조조정 대상의 예외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당연합니다.

경쟁력 없는 중소기업은 합쳐야 합니다.

정부에서 이를 적극 유도해야 합니다.

경쟁사가 없기때문에 기술 수준이 낮아질 수 있다는 걱정을 할때가
아닙니다.

과잉생산과 과당경쟁을 막기 위한 구조조정이 시급합니다.

이미 중소기업진흥공단을 통해 구조조정에 나서는 중소기업에 지원할
1천억원의 자금을 신청받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인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얘기로 들리는데요.

"그렇습니다.

중소기업인들도 이제는 정부가 모든 것을 지원해 줄 것이라는 타성을
버려야 합니다.

스스로의 경영개선 노력 등 새로운 환경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정부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피땀을 흘리면서 노력하는 기업인은 적극
돕겠지만 정부 지원만 바라는 무책임한 기업인에 대해서는 지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협력 관계를 새로이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최근 ''경쟁속의 협력'' 개념이 부각 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관계가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되고 있습니다.

또 대기업이 구조조정을 위해 직접 생산하던 것을 중소기업에 외주
(아웃소싱)라는 형태로 넘기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같은 상황을 미뤄 볼때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협력은 더욱 본격화될
것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의 60%이상이 대기업과 거래를 합니다.

그만큼 양자간의 관계가 갖는 역할이 큽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이 제대로 추진되려면 공존공생, 즉 대등한
동반자적 협력이 필요하다는데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야 합니다.

중기특위에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제도를
과감히 개선하고 각종 유인책을 강구, 양자간의 협력관계를 돈독히 하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김대통령의 중소기업에 대한 관심은 역대 대통령에 비해 남다를 정도로
많은 것 같은데요.

"중소기업이 일어서야 우리 경제가 살수 있다는 말씀을 자주 하십니다.

특히 민주발전과 경제회생을 위해 대기업과 더불어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의지가 확고 하십니다.

중소기업특별위원회를 설치한 것도 이같은 뜻이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정리=오광진 기자 kj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