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98년 연차총회에 참여한 후 유럽의 몇몇 코레스
은행을 방문하였다.

우리 은행의 외채만기 연자에 적극 협조해 준 은행에 대한 감사표시와
향후의 업무확대를 위한 섭외가 주 방문 목적이었지만 금융선진국 은행들의
최고경영자들과의 면담을 통하여 어떤 시사점이라도 얻어 볼까하는 뜻도
컸다.

여러 분들의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으나 그 중에서도 영국의
모은행 회장과의 대화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직위까지 받은 이 노은행가는 80년대 중반
경영상태가 좋지 않던 동은행의 행장(CEO)으로 취임하여 12여년간 전략적인
경영을 한 결과 오늘날에는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은행으로 끌어
올린 분이다.

지금은 회장으로서 경영일선에 한발 물러서 있지만 여전히 세계경제와
은행산업에 대한 깊은 관심과 열의는 대단했다.

은행경영 성공의 비결을 그는 첫째 훌륭한 인재의 확보, 둘째는 업무영역의
선별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매우 겸손하게 오늘날 동행의 번영은 자기 개인이 아니라 유능한 동료
경영진의 훌륭한 팀웍의 결과로 돌리고 있었으며 인재의 확보는 몇차례의
흡수.합병을 통하여 가능했다는 것이다.

사업영역과 관련하여서는 동은행이 리더가 될 수 있다고 확신이 되는
부문에 집중했으며 그렇지 않은 부문은 과감히 털어 버렸다는 것이다.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것은 투자한 자원에 대한 높은 수익률 확보를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핵심역량의 사업분야에 집중했다는 이야기다.

은행영업 환경이나 경제규모가 다른 나라의 대형은행의 경영행태나 업무
영역이 우리와는 물론 다른 점이 많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가 어렵기는
하지만 은행업의 본질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매우 어려운 우리나라 은행들의 현황에 비추어 볼때 시사하는 바가 커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몇번이나 되씹어 보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