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인 ''맑은 사람들''의 신사섭사장(26)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티켓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고안해냈다.

이 시스템은 상품권 유가증권 소액권등으로도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는 기술.

신사장이 이 시스템을 완벽히 개발, 상품화하는덴 약 3억원의 돈이
들어가야 했다.

돈마련을 위해 그는 기술신용보증기금 기술평가센터에 벤처창업자금을
신청했다.

지난 6일 사업계획서를 냈다.

16일 1차 상담에서 사업계획서 보완을 요구받아 다시 접수시켰다.

신사장은 요즘 무척 조바심이 난다.

오는 29일 열릴 기술신보 평가심의회에서 "합격"을 받아야만 해서다.

여기서 탈락하면 지난 1년간 밤잠자지 않고 고안해놓은 시스템 개발이
물거품이 된다.

반면 지원업체로 선정되면 이 시스템은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을 넓히는데
크게 기여하게 된다.

그야말로 지금 그는 갈림길에 서있다.

현재 맑은 사람들처럼 기술신보에 자금을 신청해놓고 기다리는 벤처기업
숫자는 3백2개.

이들은 지원업체로 선정되면 연9%의 낮은 금리로 3억원의 자금을 지원받게
된다.

기술신보에서 보증을 서주고 돈은 중진공에서 빌려준다.

이번 벤처창업 자금지원방식을 눈여겨보면 참 색다르다.

그동안 중소기업구조개선자금등 모든 정책자금들은 중진공의 추천을 거쳐
기술신보가 보증을 서주는 방식으로 지원됐다.

그러나 이번엔 절차가 거꾸로 전개된다.

왜 이런 방식이 나타났을까.

이는 그간의 벤처지원책이 우리의 현실에 맞지 않았던 점을 깨달은데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임기내에 2만개의 벤처기업을 육성하겠다고 공약했다.

특히 올해안에 3천개의 벤처기업을 육성하겠다고 했다.

이런 급박한 상황 때문인지 벤처기업이 급조되는 경향을 보였다.

"벤처기업 확인업무"가 바로 그랬다.

7년이상 전문분야에서 성장해온 중소기업들까지 공인회계사로부터
확인서만 받으면 벤처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보통기업이 특허를 가진 덕분에 갑자기 벤처로 옷을 갈아입은 회사는
올들어 이미 4백개사 넘었다.

이러다보니 벤처의 개념이 심각하게 변질 될 수 밖에.

다행히 이런 변질을 막고 진정한 벤처기업을 발굴해보자는 바람이
몇군데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중 첫번째가 바로 이번 벤처창업 자금지원이다.

중진공과 기술신보가 일반적인 금융지원절차를 거꾸로 바꿔버린 것이야말로
한국적인 벤처절차를 선택한 기점이다.

이로인해 요즘 기술신보 평가센터직원들은 퇴근할 틈도 없다.

진짜 우리 실정에 맞는 벤처를 가려내기 위해 온힘을 쏟는다.

중진공도 그동안 은행에 맡겨오던 대출업무를 직접 맡기로 했다.

더 나아가 중진공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직접 벤처투자 사업을 편다.

기은개발을 통해 80억원의 펀드를 조성, 하반기부터 직접 벤처투자업무에
나선다.

이런 한국적 벤처육성에 한국경제신문사도 함께 나섰다.

주식회사 하이터치 중진공과 함께 한국풍토에 적합한 벤처 1백개를 선정,
육성키로 했다.

혼선을 빚어오던 벤처육성 정책이 드디어 "맑은 사람들"을 제대로
가려낼 수 있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간다.

< 중소기업 전문기자 rh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