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경제를 접수한지 21일로 6개월을 맞았다.

지난해 11월21일 구제금융을 신청한 이후 정부는 경제정책을 세우고 집행
하는 과정에서 일일이 IMF의 간섭과 지도를 받고 있다.

총 5백50억달러를 지원받는 대가다.

경기침체의 고통과 개혁의 거센 바람은 경제는 물론 우리 삶의 양식까지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김대중 대통령은 1년남짓 더 고생하면 IMF 위기에서 벗어날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희망을 잃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IMF터널은 짧게는 2~3년, 자칫하면 5년이상 계속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많다.

한국경제신문은 IMF 관리경제 6개월간 경제전반이 어떻게 바뀌었고 얼마나
바뀔 것인지, 재도약을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 등을 집중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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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직장이라면 월급이 30-40% 깎였다.

"IMF시대 살기 힘들다"는 국민들의 하소연은 높아가지만 고통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30대재벌중 이미 7개가 부도났다.

은행들은 이달말까지 3-4개 부실한 대기업을 가려내 정리할 예정이다.

중소기업들은 한달에 2천개이상 도산하고 있다.

5대재벌 이외 기업들은 연 30%의 이자를 물고서도 제대로 돈을 빌릴수
없는 지경이다.

돈장사에 실패한 종합금융회사 14개가 문을 닫았다.

서울은행과 제일은행은 외국에 팔릴 운명이다.

앞으로 부실한 은행 몇개가 정리된다.

외환위기를 타고 금융불안을 통해 실물경제를 위축시키고 있는 IMF사태는
개인생활에도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서울지역 아파트전세값이 올들어 4개월간 21% 떨어졌다.

세입자에게 내 줄 돈이 없어 쩔쩔매는 집주인이 부지기수다.

인정하기 싫지만 초라한 국가의 국민으로 전락한 꼴이다.

올해 예상성장률은 마이너스 1-2%, 환율은 달러당 1천4백원대에서 불안한
상승압력을 받고 있다.

이대로라면 올해 1인당 국민총생산(GNP)은 6천8백달러 전후에 그치게 된다.

91년(6천7백45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선진국클럽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생각지도 못한 시절이다.

종합주가지수만으로 치면 아예 10년전으로 돌아갔다.

지난 87년 3-4월 주가지수가 3백60 정도였다.

3월중 실업률은 6.5%.

역시 86년초 수준으로 높아졌다.

올해 실직자는 2백만명을 넘어설지 모른다는 우울한 전망이다.

소비자물가도 9-10%로 뜀박질, 91년초 고물가시대를 연상케 한다.

그나마 당시엔 성장률이 9% 정도에 달해 물가고를 견딜수 있었다.

나라 밖 사정도 좋지 않다.

인도네시아사태 등 동남아외환위기가 여전히 먹구름처럼 뒤덮고 있다.

일본과 중국의 부실금융문제도 위협요소다.

국민들은 얼마가 될지 모르는 엄청난 부담을 새로 떠안아야 한다.

금융기관과 기업을 개혁하는 과정에서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비용 때문이다.

재정경제부는 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50조원의 공적자금이 필요하다고
추산했지만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살갗을 찌르던 개혁의 고통이 뼈속 깊이 파고들 조짐이다.

지난 30여년간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미뤄온 구조개혁의 고통을 한꺼번에
치러야 할 판이다.

"강철같은 아놀드슈워츠제네거의 몸통을 연약해 보이는 우디 알렌의 다리로
오래 버티는 것은 애시당초 꿈이었다. 무너진 모래성을 잊어버리고 차근차근
바닥을 다져야 한다"

한 외국인의 지적처럼 이제 새로 시작할수밖에 없다.

삼성경제연구소 김휴종 수석연구원은 "개인 기업 국가 모두 분수를 잃고
살아온 세월이었다"며 "이제 10년전의 각오로 정신재무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밝은 미래가 엿보이면 단기간의 고통을 참을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기업과 금융기관을
살리는데 하나가 돼야 한다.

건전한 기업과 금융기관은 더욱 강해질수 있도록 지원하는게 시급하다.

국민들은 지나친 비관이나 근거없는 낙관에 빠지지 말고 작은 희망의 불씨
라도 살려보겠다는 인내를 발휘할 때다.

< 고광철 기자 gw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