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경서평위원회 선정

한국경제의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는데 있어 대기업 개혁및 구조조정은
금융산업 재편과 함께 더 이상 미룰수 없는 핵심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문제는 구조조정의 사회경제적 배경이나 조정의 구체적 내용, 지향하는
목표에 대해 아직도 현격한 시각차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재벌문제는 그 생성배경과 실체적 성격에 대한 객관적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좌승희 박사의 "진화론적 재벌론"(비봉출판사)은 재벌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데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한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나라 재벌의 생성은 시대별 경제제도와 발전단계별로
시행된 개발전략에 대한 적응과정의 소산이다.

관주도 성장에서 진출영역제한 등 규제가 많아져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데다 관치금융에 의한 신용배분및 재산권 보호장치가 취약한
상태에서 오늘날 재벌이 안고 있는 일련의 문제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경제체제의 모형에 대한 사상적 이론적 검토
작업을 통해 합리적인 재벌 구조조정의 방향을 도출하고 있다.

저자가 5~7장에서 제시한 정책은 제벌문제를 새로운 "정부와 시장의 관계"
라는 틀속에서 정립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재벌문제를 고립적으로 보지 않고 우리가 지향해야 할 시장경제체제와의
유기적 관계에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7장에는 비엔나학파의 개방경제체계를 배경으로 기업경영 여건을
개선할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이 체계화돼 있다.

저자는 이를 시장규율과 내부규율로 대별하고,정부는 기업인수합병과
금융시장을 통한 외부규율장치를 적절하게 작동시킴으로써 기업경영의
효율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

반면 기업의 내부지배구조와 관련된 기업경영조직이나 이사회제도는 대체적
인 틀만을 설정해 주고 구체적 운용은 가급적 기업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석교 < 한양대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