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라운드(UR)의 뒤를 이을 새 다자간협상인 이른바 "밀레니엄
라운드"를 둘러싸고 회원국간에 불꽃튀는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이 포괄적인 협상을 강력히 밀어부치는데 반해 미국은
"부문별 타결론"을 내세워 반대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개발도상국들은 저마다의 이해를 내세우며 각양각색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9일 자크 상테르 EU집행위원장은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무역기구
(WTO) 각료회의 연설을 통해 "과거의 경험(우루과이라운드)에 비추어 지역별
혹은 부문별 협상보다는 총체적인 접근이 훨씬 바람직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일괄타결론을 주장했다.

UR처럼 밀레니엄 라운드에도 모든 협상분야를 한꺼번에 포함시키고 모든
부분의 협상이 일괄타결돼야 효력을 갖도록 하자는 얘기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일괄타결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중요한
것은 전세계가 공동으로 노력하는 일"이라며 거들었다.

이에대해 샬린 바셰프스키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UR협상이 타결되기까지 장장 7년5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면서 "더구나
당시 약속된 합의사항들이 아직까지도 완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과거의 교훈에 대한 해석은 달라질 것"이라고 응수했다.

바셰프스키 대표는 이어 "이같은 시점에서 EU가 제기한 포괄적인 접근방안
은 시기상조"라고 못박고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하기보다는 무역
장벽들을 차근차근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앞서 클린턴 미국 대통령도 18일 "새로운 무역협상에 대해서는 보다
신속하게 해결하는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는게 미국의 입장"이라고 역설
했었다.

한편 개도국들은 새로운 무역협상과 관련해 자유무역의 혜택이 선진국들
에 편중돼 돌아가는 점을 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새로운 무역협상을 논의하기 전에 선진국들의 시장개방 약속부터
지켜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현재의 무역시스템은 개도국들의
생활수준 향상에 조금도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페르난도 엔리케 카르도소 브라질 대통령은 "신라운드를 논의한답시고
농산물 시장등 현재 벌어지는 각종 협상들이 등한시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진국들이 인류나 환경을 들먹여가며 자국농업을 보호하는 것은
자유무역정신에 위배된다"고 맹공을 가했다.

이에 맞서 선진국들은 UR협정에서 개도국들이 99년까지 지적재산권과
관세체계를 개선하기로 돼 있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이들 국가들이 이를
이행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맞서 한치의 양보없는 마찰이 이어졌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