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국가들이 최악의 실업난을 겪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미국의
한켠에선 심각한 구인난이 빚어지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첨단인력 부족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는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이를 "미국의 기근"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첨단산업의 메카인 실리콘벨리에서만 임자를 기다리는 일자리는 당장
5만개가 넘는다.

미국 전체로 34만6천명이 모자란다.

컴퓨터 정보통신분야가 기술인력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영양실조"에
걸릴 위기라는 것이다.

첨단기술분야의 지난해 성장률은 30%를 넘는다.

반면 지난 10년간 미국의 컴퓨터 관련 학위소지자는 약 40% 줄었다.

미국인들의 첨단산업에 대한 시각은 "엔지니어링"이 아니라 "비즈니스"에
맞춰져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첨단산업 관련 회사는 외국인 채용을 늘리고 있다.

인텔만해도 지난해 외국인 기술자 채용비율이 10%에 육박했다.

그러나 외국인으로 긴급수혈하는 것도 쉽지않다.

비자허용쿼터가 장애물이다.

올해 첨단분야 외국인기술자에 대한 98년도 비자허용 쿼터는 6만5천명.

이 상한선은 이달중에 꽉 차버릴 전망이다.

미국의회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미국 상원은 19일 첨단분야 인력도입 한도를 연간9만5천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가결했다.

2000년에는 11만5천명까지로 늘릴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이정도로 숨통이 트이지 못할 것"(짐 브라운 PAT선임연구원)이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또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비자발급쿼터를 확대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어
이나마라도 성사될지 불투명다.

외국인이 들어오는 만큼 미국인의 실업률이 높아지지 않겠느냐는
우려에서다.

"인텔의 그루버회장이 헝거리에서 이주해온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브라운 연구원)이라는 게 실리콘벨리사람들의 지적이다.

< 조주현 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