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장의 통합이 가속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궁극적으로는 업종별로
3대 기업 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3강의 법칙(Rule of Three)"이 제기돼
주목을 모으고 있다.

이같은 주장을 내놓은 사람은 미국 에모리대의 자그디쉬 셰트 교수와
조지 메이슨대의 라젠드라 시소디아 교수.

이들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공동기고한 글에서 업종별로 3강의 법칙이
작동하기 시작했다며 최근의 매가머저도 이런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최근의 M&A는 "세계 시장 3강 법칙"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
이라며 "이미 보험 타이어 석유 화학 항공 업종 등에서 3강 법칙이 작동되고
있는데 이어 은행 자동차 제약 정보통신 등에서도 세계적으로 3대 기업만이
글로벌기업으로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들의 기고문을 요약한다.

< 정리=이학영 뉴욕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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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임러벤츠와 크라이슬러의 충격적인 합병 발표는 조만간 세계 산업계에
몰아 닥칠 새로운 현상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그 현상이란 "3강의 법칙"이다.

업종별로 3대 기업에 의해 세계 산업계가 완전 재편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비단 자동차 업계 뿐 만이 아니라, 글로벌화 과정을 밟고 있는 대부분
산업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군웅할거는 끝났다.

3대 기업 정도 만이 세계적인 영업망을 가동할 수 있게 되고, 몇개의 중견
기업들이 국지적인 틈새 시장에 안주하며 명맥을 잇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이들 3대 "성층권 기업(inner circle competitors)"들은 세계 시장의
70% 정도를 나누어 갖고, 나머지 30% 정도만이 틈새 기업들의 몫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을 과점할 3강 기업들은 양적 확장 경쟁에 주안점을 두는
종합 기업형(generalist)을 특징으로 하는 반면, 틈새 기업들은 특정 시장
이나 소수의 품목에 특화하는 전문 기업형(specialist)을 추구하는 보완
관계를 나타낼 것이다.

"3강의 법칙"은 세계 시장의 글로벌 통합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실현될 수
밖에 없다.

지금처럼 "거대 기업(major)"들이 할거할 경우 공급 과잉및 이익률 저하
경향이 초래되는 등 부작용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3대 기업 정도로 압축된다면 적절한 경쟁이 유지되면서도 과잉
공급 등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효율과 경쟁"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게 되는 것이다.

반면 2대 기업이 시장을 양분하는 경우에는 담합 등의 폐해를 막을 길이
없게 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3강의 법칙"은 이미 상당수 업종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맥주 렌터카 시리얼 타이어 보험 알루미늄 석유 화학 항공 피자체인
청량음료 운동화 등의 업계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최근 거대 기업들 간에 합병이 잇다르고 있는 은행 제약 정보통신 업종
역시 이같은 과정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외형 경쟁에서 버틸수 있는 종합 기업이 되려면 세계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최소한 10% 이상은 돼야 한다.

점유율이 그 이하인 기업은 외형에 의존하는(volume-driven) 성장 전략의
추구가 불가능하고, 마진 의존(margin-driven) 전략을 택할 수 밖에
없다는게 이제까지의 경험칙이다.

요컨대 세계 시장 점유율이 10% 이하인 기업이 글로벌 경쟁 시대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틈새 시장에 특화하는 전문 기업으로 변신하거나, 아니면
다른 기업과 합병해 몸집을 불리는 길 밖에 없다.

항공기 제조업계의 양강인 보잉과 에어버스의 틈바구니에서 활로를 모색
해야 했던 맥도널 더글러스가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맥도널 더글러스가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네가지였다.

아시아 쪽에서 파트너를 잡아 몸집을 불리거나 MD-90과 같은 단거리
제트항공기 제조업체로 특화하든지 민수용 항공기 시장에서 아예 손을
떼거나 보잉-에어버스중의 한 기업과 합병하는 것이 네가지 대안이었다.

이중 아시아 항공기 제조업체와의 합병은 미국 정부의 반대로 인해 불가능
했다.

맥도널더글러스는 결국 보잉과 합병함으로써 네번째 대안을 선택했다.

이 "3강의 법칙"은 과거 미국 자동차 업계에도 적용된 바 있다.

19세기 후반에만 해도 미국에는 무려 2백여개의 자동차회사들이 할거하고
있었다.

이중 전국적인 생산-영업망을 갖춘 기업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다가 T형 자동차와 헨리 포드의 혁신이 대두되면서 자동차 업체들간의
합종연횡이 이뤄졌고, 자동차 업계는 70-80개사로 재편됐다.

그리고는 오래지 않아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 크라이슬러 등 전국 단위의
네트워크를 갖춘 3대 업체에 아메리칸모터스, 체커, 스튜드베이커 등 일부
군소업체들이 가세하는 체제로 정리됐다.

그러나 이들 군소업체 마저 크라이슬러 등에 흡수되면서 "빅 3"만이 살아
남게 됐다.

과거 미국에서 2백여개 업체가 3개로 정리됐던 것처럼, 세계 시장 역시
종국적으로 3개의 자동차회사만 살아남는 체제로 재편될 것이다.

자동차 업계의 3강은 미국과 유럽, 동아시아에서 각각 한개 회사씩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동아시아 쪽에서는 도요타 닛산 혼다, 미국에서는 GM 포드 크라이슬러,
유럽에서는 다임러벤츠 폴크스바겐 르노 푸조 피아트 등이 현재 세계적
기업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들중 글로벌 3강 후보를 꼽는다면 1순위는 도요타이고, 그 다음이 포드다.

유럽 자동차사 중에는 후보가 없다.

자동차 업계의 합종연횡은 이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새로 출범할 다임러-크라이슬러사는 미쓰비시나 혼다 등 아시아 업체와 또
다른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도요타 역시 유럽 쪽에서 합병 파트너를 찾고 있을 것이다.

포드는 일본 마쓰다의 대주주이자 유럽에서도 이미 탄탄한 기반을 다지고
있어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

세계 산업계는 바야흐로 3강의 법칙에 지배되는 방향으로 부산하게 움직
이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