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한동안 논의가 잠잠했던 모라토리엄 문제가 자주 거론되고 있다.

현재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정책혼선과
구조조정의 지연으로 좀처럼 위기국면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한국에
대해서도 모라토리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대외지급 불능상태란 외채를 진 국가가 먼저 지급불능을 선언
하는 모라토리엄과 모라토리엄을 선언하지 않고 대외지급을 유예받는 외채
상환 재조정(rescheduling)과 외채차환(refinancing)으로 구분된다.

이중 모라토리엄은 짧은 기간에 외채상환요구가 급증해서 더 이상 외환을
감당할 수 없는 시기에 발표한다.

즉, 외환조달과 상환상의 부조화(mismatch)로 특정기간에 외채상환이 집중
되거나, 외화조달과 상환계획이 제대로 되어 있어도 대외신뢰도의 급락으로
외채상환을 조기에 요구받는 경우에 선언한다.

어떤 국가든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 특정기간에 요구되는 외채상환을
유예받는 대신 국제금융시장에서 "신용불량국"으로 낙인이 찍히게 된다.

설령 모라토리엄에서 벗어나 정상상태를 회복한다 하더라도 오랜기간동안
신용불량국의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대내적으로도 모라토리엄 기간동안에는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고 물가가
급등하는 소위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난다.

물론 수출입을 포함한 모든 대외결제가 일정기간 동안 정지되며 부실금융
기관과 부실기업은 국유화 조치를 통해 처리된다.

실제로 1982년8월에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멕시코는 국제금융거래를 포함한
모든 대외결제가 정지됐다.

경제상황도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당해연도에는 성장률이 -0.6%를 기록하고
소비자물가가 59%나 상승했고, 이듬해에는 성장률이 무려 -6.3%나 급락한
대신 소비자물가는 1백1.8%나 급등했다.

그 후에도 후유증이 지속됨에 따라 "잃어버린 10년"의 수모를 당해야 했다.

최근의 인도네시아 사태는 정치적인 개혁이 없이는 쉽게 해결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어찌됐든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금년에 인도네시아는 성장률은 -6%대로
떨어지고 소비자물가가 50%이상 급등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물론 지금도 민간기업들의 외채는 사실상 모라토리엄 상황에 놓여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외형상으로 가용외환보유고가 3백억달러를 상회하고 있으나 인도네시아
사태가 조기에 해결되지 않을 경우 위기극복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특히 연초와 달리 최근들어 금융기관과 기업의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한국을 마치 "제2의 인도네시아"로 보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인도네시아 사태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도 상당규모에 달할 것이다.

금년도 동남아에 대한 수출차질액이 35억~40억달러에 이르고, 인도네시아에
대한 국내금융기관의 대출과 기업의 투자분, 현지의 건설수주액까지 합쳐
1백억달러 정도가 회수불능 상태에 놓일 수 있다.

더욱이 이번 사태로 영업수지가 악화된 일본 금융기관들이 국내기관에
대출해준 외화자산을 회수할 가능성이 있다.

유념해야 할 것은 극단적으로 우리나라가 모라토리엄에 빠지게 될 경우
이미 경제가 세계11위의 대규모이기 때문에 수입재 확보, 수출 및 성장급감,
물가앙등 등 그 충격은 훨씬 심각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풍부한 부존자원으로 최소외화 가득원이 있는 멕시코 인도네시아와는
달리 우리나라가 모라토리엄에 빠질 경우 곧바로 국가부도(default)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경우든 지금의 위기상황을 극복하여 최소한 우리나라가
모라토리엄에는 빠지지 말게해야 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이다.

한상춘 < 대우경제연 국제경제팀장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