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많던 "밀레니엄 라운드"는 결국 다음회의로 미루어졌다.

세계무역기구(WTO) 제2차 각료회의는 우루과이 라운드(UR)의 뒤를 이을
새 다자간협상 문제를 집중 논의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20일 3일간의
일정을 마쳤다.

각료회의는 차기 다자간 국제무역협상의 범위와 틀 의제등을 둘러싼
유럽연합(EU)과 미국, 케언스(농산물수출국)그룹간의 견해차로 차기 협상에서
다뤄질 분야및 협상명칭, 협상개시 시기중 그 어느 것도 결정하지 못했다.

다만 협상개시일을 오는 9월 열리는 WTO총회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차기 국제무역협상의 범위와 틀, 진행기간 등은 내년 4.4분기중 미국에서
열리는 제3차 WTO각료이사회에서 논의키로 했다.

차기 무역협상의 범위와 방식과 관련, EU와 일본 등은 UR처럼 모든 부문을
포괄하는 전면협상을 주장한 반면 미국은 협상의 조기타결을 위해 부문별로
협상하자는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개도국들은 UR협정부터 제대로 이행한 뒤 천천히 차기 협상을 논의하자고
맞섰다.

이번 회의에서는 또 농산물시장및 서비스부문 개방협상의 구체적인
개시 시기도 확정하지 못했다.

당초 이 두 협상은 지난번 UR협상때 각각 99년과 2000년에 개시하기로
잠정적으로 합의됐었다.

이와관련 샬린 바셰프스키 미국 무역대표는 "농산물및 서비스시장
개방협상이 99년에 시작돼야 한다"며 협상의 조기 개시를 요구했다.

이에대해 EU집행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농산물 협상을 위한 실무준비에도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며 2000년 이전에는 협상이 시작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각료회의는 이같이 최대 현안인 무역자유화 협상에서는 진전을 보지
못했으나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 문제에 대해서는 합의를 도출했다.

전자상거래에 대한 관세부과를 앞으로 1년반동안 유예하기로 결정, 그나마
성과를 올렸다.

이번 회의에서는 노동과 무역을 연계해야 한다는 의제도 다뤄져 이 문제가
앞으로 주요 협상의제로 등장할 것임을 예고했다.

국제무역 관계자들은 미국과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을 포함한 주요국
지도자들이 노동문제를 무역자유화 협상의 부문별 의제로 포함시킬 것을
촉구한 점을 들어 WTO가 이를 회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동과 무역연계는 선진국들에는 유리하지만 개도국에는 불리해 앞으로
이 문제를 둘러싼 선진권과 개도권간의 대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아시아등 일부 개도국들은 노동과 무역의 연계가 미국과 EU등
선진국들의 보호무역주의적 목적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노동과
무역연계문제가 차기 무역협상의 우선 순위로 올라가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결국 이번 회의는 각국의 견해차이만 재확인한 이견의 무대였다.

차기 국제무역협상에 대한 각론은 물론 총론에서도 이렇다 할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다.

다시 논의가 되겠지만 "밀레니엄라운드"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