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비(61) 신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새 내각을 구성, 대통령으로서의
집무수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하비비 정부"가 표류중인 인도네시아호를 바른 항로로 돌려놓을
수 있을 지에 대한 국내외의 평가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내각의 면면과 관계없이 "선장"격인 하비비라는 인물이 "수하르토의
대리인"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식때문이다.

우선 인도네시아 내에서 하비비는 취임 첫날부터 하야 압력에 봉착하고
있다.

국회의사당 점거농성을 벌였던 대학생그룹 대변인은 "수하르토의 최측근인
하비비의 대통령직 승계는 어불성설"이라며 즉각 MPR(국민협의회)를 소집,
새 대통령을 선출토록 촉구했다.

회교 지도자 아미엔 라이스도 "하비비는 6개월 안에 진정으로 민주적인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며 대선에 출마할 뜻을 밝혔다.

또 인도네시아의 야당지도자 에드윈 고잘은 "하비비는 수하르토의 많은
추종자중 하나이자 부패한 관료이고 족벌 자본주의의 일당"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알리 사디킨 전 자카르타 주지사는 하비비의 취임이 MPR가 아닌
대법관과 기자들 앞에서 이뤄진 점을 지적, "위헌"이라고까지 주장했다.

세계 각국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우리는 인도네시아의 개혁이 신속히 진행될
것을 촉구한다"며 하비비가 수하르토의 잔여임기를 채우는 것은 민주개혁과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일본 방위청도 인도네시아 대책회의에서 "하비비 대통령의 권력기반이
불안정해 자위대 항공기 대기가 의외로 장기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프랑스의 르 몽드지는 21일자 사설에서 "독재자는 물러갔지만 독재
체제는 아직 남아있다"면서 수하르토 대통령이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
권한을 물려준 것은 "불충분한 해결책"이라고 평가했다.

이밖에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는 "하비비가 인도네시아의
독재체제를 변화시킬 의지나 능력이 있는지는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진국들은 인도네시아에서 구체적인 개혁징후가 나타날 때까지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모든 지원을 동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내외에서의 이같은 부정적인 평가로 미루어 하비비가 2003년까지 임기를
채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반년내지 1년내에 물러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3일자 ).